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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농업, 누구를 위한가

지속가능한 농업, 누구를 위한가

“기후위기와 농식품 불평등 시대, 농업정책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 600개 단체가 요구한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농장법 개정의 이유”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 정말 안전할까요? 농약과 화학비료로 유지되는 농지, 기후변화로 위협받는 작황, 점점 피폐해지는 농촌… 이러한 경고음은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특히 글로벌 식량 시스템의 중심국 중 하나인 미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농업 정책 개혁을 둘러싼 움직임은, 우리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2025년 9월, 미국 지속가능농업연합(NSAC)과 전국 및 지역의 600개 단체는 공동 서한을 통해 강력하고 공정한 ‘Farm Bill(농장법)’ 제정을 의회에 촉구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정책 개편 그 이상입니다. 전 세계 농업 환경과 먹거리 체계의 방향 전환을 요구하는 절박한 목소리이며, 기후위기 시대에 식량 주권과 환경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사회적 전환점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단체들이 목소리를 낸 이번 서한은 단지 농민의 생계나 농업경제에 국한되지 않고, 식품 접근성, 농업 노동자의 권리, 농촌 지역 재생, 식품 안전, 친환경 농법 지원 등 종합적이고 구조적인 대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1. 산업 중심 농업 정책이 초래한 생태계와 지역 공동체의 침식

미국의 농업 정책은 오랫동안 대규모 산업농과 특정 작물 중심의 지원 위주로 설계되어 왔습니다. 그 결과 소농과 가족농의 몰락, 생물다양성 감소, 농약에 의한 토양 및 수질 오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USDA(미국 농무부)의 구조조정과 인력감축은 많은 지역 농민들이 정책적 지원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는 곧 농촌 지역의 붕괴, 식량 자립성 저하, 지속가능성 기반의 훼손으로 이어집니다.

2. 농업노동자와 식품소비자의 권리는 왜 배제되는가

농업 정책은 식품을 생산하는 농민뿐 아니라 그것을 가공하고 유통하는 수많은 노동자, 그리고 궁극적으로 소비자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다국적 기업 위주의 농식품 체계는 값싼 인력 착취와 지역 불균형을 심화시켜 왔습니다. 지속가능농업연합은 농업노동자에 대한 정당한 대우와 영양지원(SNAP) 프로그램의 접근성 강화, 저소득층의 안전한 먹거리 확보를 위한 현실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3. 기후위기의 시대, 탄소중립 농업으로 나아가야

기후위기는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IPCC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3%가 식량 시스템에서 기인하며, 특히 산업 농법은 비료 중심의 화석연료 소비 구조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미국의 Farm Bill 개정 요구는 이 문제에 대해 재생농업, 토양 탄소 저장, 친환경 농법 확대와 같은 구체적인 대응책을 제안합니다. 토양 건강성 회복은 단기적인 생산성과 직결될 뿐 아니라, 기후변화 완화 기능까지 겸비한 전략입니다.

4. 식량 정의(food justice) 실현을 위한 민주적 농업 정책 필요

NSAC가 발표한 서한의 핵심은 단 하나, “우리는 우리의 가치에 합치되는 방식으로 식량을 생산할 권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곧 소농, 유기농 생산자, 공동체 기반 농업(CSA), 지역 식품 시스템 구축자들이 기존 구조에서 정당한 몫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현재와 같은 산업 중심 체계는 지속 가능하지도, 공정하지도 않으며, 새로운 농업 생태계 전환을 위한 농정 혁신이 시급합니다.

5. 협력과 연대를 통한 정책 변화의 가능성

이번 서한은 지속 가능한 농업이 결코 소수의 이상주의자만의 요구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600개 이상의 단체, 수백만 명의 소비자, 농민, 식품 활동가들이 연대한 결과는 민주적 농정의 전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여기엔 환경단체, 식품안전 캠페인 그룹, 지방정부, 농민 단체까지 폭넓게 참여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밑으로부터의 연대와 요구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실질적 농정 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습니다.

종합하자면, 농업은 단순한 산업이 아닙니다. 생존이며 생태이며 공동체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식탁 위 식재료 하나하나는 어떤 방식으로 길러졌는가에 따라 환경을 오염시킬 수도, 치유할 수도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은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로컬푸드를 적극 소비하고, 친환경 인증이나 무농약·유기인증 농산물에 관심을 가지며, 지역 농민시장에 발을 디딜 수 있습니다. 또한 친환경 농업 정책 촉구 서명에 참여하거나 지속가능한 농정을 위한 연구서, 다큐멘터리, 연대 활동에 힘을 실을 수도 있습니다.

건강한 먹을거리와 지속 가능한 농업은 정부의 몫이자, 바로 우리 모두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의 밥상이 바뀌어야 지구가 산다는 사실, 기억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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