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간단 성분’ 시대가 온다 – 식품업계를 뒤흔드는 저가공(低加工) 혁명과 우리의 선택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이 사회적 가치와 건강에 대한 우려 속에서 대격변을 맞이하고 있다. 2023년 Dr. 크리스 반 툴레켄의 책 『Ultra-Processed People』의 출간 이후, '초가공식품(UPF)'이라는 개념은 전 세계 소비자 의식에 강력히 각인되었다. 성분표에 나오는 복잡한 화학 이름 대신, 눈에 익은 몇 가지 재료로 만든 단순한 식품이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이제 식탁 위에서 벌어지는 조용한 혁명, '저가공 식품 전환'은 단순한 유행이 아닌 식문화의 방향을 바꾸고 있다.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가장 중요한 변화의 흐름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 변화는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기업의 시장전략, 나아가 글로벌 식량 체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1. 단순할수록 신뢰받는 시대 – 저성분 식품의 부상
M&S가 선보인 ‘Only’ 시리즈는 여섯 개 이하의 재료만 사용하는 제품군으로, 단순함을 중심 가치로 내세운다. 소비자들은 이제 복잡한 레시피보다 확실한 재료를 원한다. 과민증과 알레르기 등 건강상의 이유뿐 아니라, 식품 첨가물에 대한 불신이 그 원인이다. 글루텐, 유제품, 감귤류 등을 피해야 하는 소비자들에게 ‘적은 성분’은 곧 ‘더 큰 자유’를 의미한다.
소비 트렌드 플랫폼 IND!E에 따르면, 이러한 간단한 식품 구성에 대한 소매업체 문의가 전년대비 40% 증가했다는 점은 변화의 추세가 단기적인 팬덤이 아님을 보여준다.
2. 식품 가공을 둘러싼 딜레마 – 무가공 = 건강?
그러나 초가공식품이 반드시 건강에 해로운 것은 아니다. 푸드 사이언티스트 Dr. 지빈 허는 “두부도 초가공식품으로 분류되지만, 건강한 단백질 공급원이자 환경친화적”이라며 무작정의 ‘탈가공’ 흐름에 경계심을 나타냈다. 식품 가공은 대량 식량 공급, 유통 안전성 확보, 장기 보존을 위한 필수 기술이다.
따라서 가공 여부보다는, 영양 밀도와 실제 섭취 효과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성분 수를 줄이기보다, 철분·비타민D 등 강화 영양소를 포함한 '영양 중심의 저가공' 제품이 소비자와 산업 양쪽에 모두 유익하다고 지적한다.
3. 브랜드의 전략적 전환 – ‘간단함’의 프리미엄화
THIS와 같은 식물성 식품 브랜드는 가공 논란에 대응하며 슈퍼푸드 기반의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여기에 유명 스포츠 선수인 해리 케인이 참여한 3Bears의 사례처럼, 저성분 식품에도 '프리미엄 이미지'와 유명인의 후광 효과가 더해지며 존재감을 확대한다.
하지만 높은 가격대는 여전히 진입장벽이다. 예컨대 3Bears의 곡물 시리얼은 250g에 £3.99로, 22가지 성분의 일반 제품 대비 3배 이상 비싸다. 그럼에도 '건강', '간편함', '안전성'이라는 세 가지 가치는 많은 이들의 지갑을 열게 한다.
4. 초가공식품과 ‘간식 경제’의 공존
한편, 아이스크림 브랜드 Little Moons는 성분 수가 많음에도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당 충전" 역할을 하는 스낵과 디저트 카테고리는 ‘체험 중심 소비’ 흐름과 결합되어 여전히 수요가 꾸준하다. 이는 건강관리는 평일에, 욕망 충족은 주말이나 특별한 순간에 한다는 ‘이중 소비 심리’를 반영한다.
초가공 논의는 모든 제품군에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는다. 이 점은 향후 식품 브랜드들이 어떤 제품에는 가공을 최소화하고, 어떤 제품에는 재미와 중독성을 강조하는 양면 전략 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5. 제조 기술의 진화 – ‘적은 성분’의 과학적 해법
소재 단순화가 쉬운 일이 아님은 3Bears의 제품 개발 과정이 보여준다. 요구되는 식감과 영양을 맞추기 위해 복잡한 가공기술이 다시 필요하다. 이 때문에 ‘간단함’이라는 트렌드는 오히려 정교한 기술력의 경쟁장이 되고 있다.
Dr. 허는 나노 단위의 재료 조합 기술, 고압 처리, 냉장 유통 기술 등의 발전이 향후 시장 지형을 바꿀 것이라며, 단순한 제품이라도 첨단 식품 공정에 의해 탄생하는 시대를 예고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히 식생활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가 제품에 기입된 성분 리스트를 꼼꼼히 따져보며 건강을 지키고자 하는 현상은, 나아가 **'정보 기반 소비', '테크 기반 식품 혁신', '도덕 기반 유통 선택'**과 같은 거대한 가치전환과 연결된다.
앞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은 무엇일까?
- 성분표를 읽는 습관부터 들이자.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다.
- 저성분 제품이 무조건 좋은 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영양 균형이 핵심임을 인식하자.
- 새로운 식품 브랜드나 기술 흐름에 주목함으로써, 미래식품 시장에서의 기회를 포착하자.
- 식품 트렌드를 단순 소비가 아닌 직업, 창업, 투자 가능성으로 확장해보는 것도 미래대응 전략이다.
건강을 넘어 연결, 진정성, 기술까지… ‘덜어내기’가 식품 트렌드를 주도하는 현시점에서, 단순한 것이 어떻게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를 주의 깊게 바라보아야 한다. '적게 담긴 식품'이 '더 큰 가치'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