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모빌리티와 안전 사회의 공존 – LTE-V2X 기술이 던지는 질문
우리 사회가 디지털과 인공지능 시대를 통과하며 지향하는 도시, 교통, 삶의 형태는 점차 '스마트'라는 수식어로 수렴되고 있다. 도로 위에서의 안전 또한 예외가 아니다. 차량과 차량, 차량과 인프라가 실시간으로 통신하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LTE-V2X 기반 교통사고 예방 인프라’는 미래지향적인 기술 이상의 공적 가치를 지닌다. 이 기술의 발전은 단순한 기술 진보가 아니라, 교통 안전이라는 생활 밀착형 사회문제를 어떻게 기술로 해결할 수 있을지를 묻는 성찰의 장이기도 하다.
C-ITS의 등장과 기술의 공공성
차세대 지능형 교통체계(C-ITS)는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특히, 2023년 말 국가 차세대 교통 통신 방식으로 LTE-V2X가 공식 채택된 이후, 이 기술은 자율주행과 연결된 차세대 도로 인프라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LTE-V2X는 차량 간(V2V), 차량과 인프라 간(V2I), 차량과 보행자 간(V2P) 통신을 가능하게 해, 교통사고를 사전 경고하고 교통 흐름을 최적화한다는 점에서 기술의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품고 있다. 이씨스가 선보인 시스템은 이러한 기술이 실제 발현되는 첫 실증 사례 중 하나다.
기술 진보와 계층 간 체감 격차
그러나 기술은 개발되었다고 해서 곧바로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것은 아니다. 고가 차량에 우선 적용되거나 신도시 중심 위주로 인프라가 구축될 경우, 도시와 지방,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체감 격차는 오히려 확대될 우려가 있다. 특히 고령층, 자동차 보유율이 낮은 계층, 혹은 비디지털 세대의 경우 이러한 변화에 접근하기 어렵다. 기술의 혜택이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도달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제도적 공정성이 뒤따라야 하는 이유다.
제도와 현장의 속도 차이
정부는 최근 국토교통부 주도로 C-ITS 실증 사업 확대에 나서며 R&D 성과를 상용화로 연결하고 있다. 이씨스와 인천테크노파크가 송도에서 공동 구축한 서비스는 이 흐름의 대표 사례다. 하지만 제도는 여전히 ‘실증 → 지역 확산 → 전국화’라는 구조적 시간차에 직면하고 있다. 지방 중소도시 및 낙후지역 도로환경에는 아직 이 기술이 체계적으로 적용되지 못하고 있으며, 공용 차량, 버스, 택시 등 업무용 차량 중심 확산 외에는 민간 일반 차량으로의 확대 또한 더딘 편이다.
글로벌 시사점과 한국의 도전과제
해외에서는 유럽연합이 2030년까지 C-ITS 전면 도입을 추진 중이며, 일본 역시 도심 혼잡 대응을 목적으로 LTE-V2X 기반 서비스를 버스와 전기차 위주로 선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한국 역시 OECD 국가 중 교통사고 사망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2021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 수 7.1명, OECD 평균은 5.2명)인 점을 감안할 때, 지능형 교통 기술의 도입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사회 안전망 차원의 필수 정책이 되어가고 있다.
개인을 위한 기술일까, 사회를 위한 시스템일까
LTE-V2X가 단지 자율주행차를 위한 통신 인프라가 아니라, 사회 안전과 공공 편의성 향상의 수단이라는 점에서 보다 넓은 시선으로 이 기술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시민들은 이 기술이 도로를 더 안전하게 만들고, 출퇴근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작동한다면 자연스럽게 수용하게 될 것이다. 반면, 기술에 대한 불신이나 인프라 구축으로 인한 사생활 침해, 비용 부담 등의 우려 역시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지능형 교통기술의 상용화는 단지 기술 문제를 넘어 공공 정책, 사회 신뢰, 기술윤리, 그리고 지역 균형 발전의 과제와 맞닿아 있다. 이씨스의 사례는 이 기술이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긍정적 신호탄이다.
여기서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법과 제도는 실제 삶의 문제를 따라가고 있는가?”, “교통안전이라는 공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시민과 정부, 기업은 어떤 방식으로 참여 가능한가?”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기술이 가능하게 한 새로운 안전의 표준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도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스마트 사회’의 출발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