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식탁, 토양이 보내는 경고

기후위기 시대, 우리 밥상은 안전한가? – 농약 오남용과 토양오염이 부른 식량 시스템의 경고 신호

우리가 매일같이 마주하는 밥상, 과연 이 식탁 위의 먹거리는 환경과 건강에 안전할까? 최근 국내 한 농경지에서 검출된 고농도 카드뮴은 우리의 식량 생산 시스템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명확히 보여준다. 강원 홍천군 농지에서 워낙 오래된 관행적 농업과 무분별한 농약‧비료 사용으로 인해 중금속 오염이 다량 검출됐고, 이는 결국 주민의 건강권과 식량 안전성에 직결되는 사안으로 떠올랐다. 문제는 단순히 홍천의 사례에 그치지 않는다. 전국 곳곳 1천여 곳의 농경지가 중금속에 잠식돼 있으며, 이 중 상당수는 여전히 농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농업이 야기하고 있는 환경 부담, 특히 토양오염과 농약 오남용 등으로 인한 식량 생산 기반의 붕괴 현실을 짚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농업 전환의 필요성과 실천 방법을 진단한다. 우리 모두가 먹거리 소비자인 동시에, 식량 시스템 변화의 주체라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논의를 이 글을 통해 함께 나누고자 한다.

  1. 중금속 토양오염, 장기적 식량 생산성 위협

카드뮴, 납, 비소 등 중금속이 축적된 토양에서 재배된 작물이 결국 우리의 식탁으로 되돌아온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중금속 오염이 확인된 농경지는 2022년 기준 1,097곳, 조사된 면적만 1,063헥타르에 달했다. 이 중 상당수는 여전히 작물 재배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오염도 기준치를 2~3배 초과했다. 중금속 오염은 단순히 수확량 저하를 넘어, 토양 생태계를 파괴하고 장기적으로는 식량자급의 기반을 붕괴시킨다.

  1. 농약‧비료 과잉 사용, 토양 생태계와 인간 건강 동시에 위협

우리나라의 농약 사용량은 OECD 평균을 웃돈다. 국립농업과학원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농약 사용 밀도는 헥타르당 약 13.1kg으로 OECD 평균(4.6kg/ha)의 2.8배에 달한다. 이런 과도한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은 토양 속 유익한 미생물 생태계를 파괴하고, 장기적으로 토양 비옥도를 급격히 저하시키는 원인이 된다. 또한, 농약 잔류물이 식물 체내에 축적돼 소비자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특히 과수 농업이나 시설 재배지에서 농약과 비료 남용이 집중되면서, 지역 수질오염 및 하천 생물 다양성 감소도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다.

  1. 국가 식량안보의 사각지대, 구조적 대응 시급

국내 농경지의 오염 문제는 식량 자급률 저하로도 이어진다. 한국의 곡물 자급률은 2023년 기준 약 20.9%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심각한 것은, 우리가 의존하고 있는 수입 곡물 중 상당수가 역시 농약이나 GMO 등 환경적·건강적 우려가 높은 방식으로 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농지를 오염으로부터 보호하지 못하면 식량 생산 기반 자체가 붕괴되며, 이는 곧 양질의 먹거리를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불균형적 구조를 고착화시킨다.

  1. 문제 해결을 위한 지속 가능한 농법 확대

이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대안은 명확하다. 유기농, 자연 순환농업, 정밀농업 등 친환경 농법 확대가 핵심 해법이다. 이미 일본, 독일, 프랑스 등에서는 정부 차원의 유기농 정착 전략과 농지 오염 복원 프로그램이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FAO(국제식량농업기구)도 “지속 가능한 농법은 기후변화 대응과 식량안보 확보의 단기·장기 해법”이라 강조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부 지자체는 농업 활동을 통한 탄소흡수량을 초과지급금으로 전환하는 ‘탄소 배출권 농업’을 실험 중이다. 토양을 살리고, 농민의 생계를 보호하며,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이중, 삼중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정책이다.

식탁의 안전은 농업 환경의 건강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이 어떤 농법으로,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지에 대한 이해 없이 건강한 삶을 기대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개인의 작은 실천과 제도의 혁신이 만나는 ‘지속 가능한 전환’이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분명하다. 가까운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제철 친환경 농산물을 구매하고, 지역 농민들이 생산하는 유기농 작물에 관심을 기울이며, 지속 가능한 농업 정책을 지지하는 시민 서명이나 캠페인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다. 또, <모로코의 기적>, <우리의 식탁을 구하라> 등 농업환경 관련 다큐멘터리를 통해 농업 현실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토양과 수자원, 생물 다양성을 지키는 것이 곧 우리 공동체를 지키는 첫걸음이라는 인식을 널리 확산시켜야 한다.

건강한 토양, 깨끗한 물, 그리고 생명의 다양성이 보장될 때 비로소 우리의 식탁도 지속 가능하다. 지금, 바로 우리가 바꿔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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