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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쉐어, 민간 기부로 본 복지의 현실

월드쉐어, 민간 기부로 본 복지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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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의 온도는 어떻게 측정되는가 – 민간 구호 활동이 드러낸 제도의 그림자

설 명절을 맞아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쉐어가 국내 저소득 가정을 위해 4,450세트의 생활용품 선물을 지원했다는 소식은 따뜻한 위로처럼 들린다. 서울 본부는 물론 강원·대전·경남 지부까지 연대한 이번 사업은 전국 25개 지자체와 복지센터를 통해 실질적 지원을 전했다. 그러나 이 선의의 행보는 동시에 다른 질문을 떠올리게 한다. 왜 ‘임시 선물’이 복지 사각지대를 채워야 하는가? 명절마다 반복되는 민간 지원이 사실상 구조적 결핍을 드러내는 신호는 아닌가?

무엇이 제도를 비켜가는가

한국은 OECD 국가 중 공공 사회복지 지출 비율이 하위권에 속한다. 2023년 기준(통계청, OECD Data),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은 약 12.4%로, 평균(약 20%)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특히 생계급여 기준선의 엄격함, 수급탈락자 증가, 지자체 간 지원 격차 등 복지제도의 한계는 비정기 민간 자선 활동으로 보완되는 상황을 고착화한다.

지역 복지센터는 “지속적 지원이 아닌 일시적 발표”에 머무는 정책들이 많다고 지적한다. 공공이 채워야 할 영역을 비영리단체로 미루는 구조는 일회성 만족은 줄 수 있지만 생활 기반을 다지기는 어렵다. 특히 설·추석과 같은 명절 전후에는 이런 활동이 ‘온정의 이벤트’처럼 소비되면서, 근본적 불평등 문제는 그늘로 밀린다.

기부라는 선택–책임인가 선의인가

월드쉐어는 설 외에도 해외 우물 설치, 의류 기부, 그룹홈 지원 등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부 시민은 이를 “민간의 자율과 연대”라고 높게 평가하지만, 복지의 책임 소재에 대한 혼란도 크다. 민간 기부가 제도적 해결을 대체하는 구조는 오히려 취약계층에 '운 좋은’ 지원을 낙점받는 형평성 문제를 낳는다.

더욱이 자립이 어려운 경제계층, 고령 1인가구, 미신청 수급대상자 등은 음성화된 채 긍휼과 사회적 시선을 통과해야만 지원 대상이 된다. 이처럼 ‘드러난 빈곤’만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는 사각지대를 더 넓히며, 시스템의 중장기 설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막는다.

지자체와 NGO의 협력, 가능성과 한계

이번처럼 자치단체와 NGO가 협력하여 ‘신속 배분’ 체계를 마련한 점은 긍정적이다. 복지 접근성을 높이려는 현장의 시도는 분명 의미있다. 하지만 주요 복지 전달체계를 민간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방식은 ‘부분 최적화’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구조적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특히 소규모 지자체는 행정적 연결망과 예산 제한 탓에 지원이 수도권보다 늦거나 누락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명절처럼 일부 기간에 집중되다 보니, 연중 균형 잡힌 지원 체계는 마련되지 않는다. 계절성과 상징성이 부각되는 명절 단위 지원은 구조적 원인보다는 감정적 공감에 기대는 방식이다.

복지는 국가의 의무인가, 사회의 선택인가

고령화, 1인가구 증가, 청년 고용불안 등 복합적 사회위험이 확장되는 한국 사회에서, ‘누구를, 언제, 어떻게 도울 것인가’는 점점 더 긴급하고 복잡한 과제가 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민간의 선의에만 기댄 모델은 지속 가능하거나 포괄적이지 않다.

국가가 보호해야 할 영역과 시민사회가 창출해야 할 연대의 가치는 명확히 구분되어야 한다. 공공은 안전망을, 민간은 연결망을 만드는 역할을 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복지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다.

심화하는 구조적 위기 속에서, 이번 지원은 단순한 ‘따뜻한 선물’ 이상을 말하고 있다. 국가는 어디에 있고, 시민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가. 우리는 이 물음 앞에서 고개를 들어야 한다.

작은 연대는 큰 구조를 흔들 수 있다. 정책 설계자는 일회성 보도를 넘어 장기적 복지 예산 확충과 데이터 기반 수급자 관리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하고, 시민은 선의와 함께 제도 참여에 더 가까이 설 필요가 있다. 복지의 온도는 예산보다 태도로 먼저 느껴진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지금 충분히 따뜻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