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돌봄의 세계적 실험 – 몽골 아동센터가 던지는 복지 인프라의 메시지
지속되는 도시화와 양극화 속에서 아이들이 배움과 보호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공간은 갈수록 귀해지고 있다. 최근 국제구호개발 NGO인 월드쉐어가 몽골 울란바토르 외곽의 날라이흐 지역에 개소한 지역아동센터는, 단순한 자선 활동을 넘어 글로벌 복지 격차를 바로잡기 위한 시범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 작은 센터가 함의하는 교육·돌봄 복지의 다층적 의미를 되짚어보는 일은, 우리 사회 역시 놓치고 있는 복지 사각지대를 되돌아보게 한다.
아동 돌봄의 불균형은 외국의 일만이 아니다
몽골 날라이흐 구는 급격한 도시화로 인한 인구 유입 속에서도 복지 인프라가 뒤처진 대표적인 저소득 지역이다. 특히 아동 복지 부문은 공공서비스의 손길이 가장 늦게 닿는 영역 중 하나다. 기초 교육, 심리 정서적 돌봄, 방과 후 프로그램이 결여된 현실 속에서 많은 아동들은 거리에서 방치되거나 불안정한 가정환경에 놓여 있다.
이곳에 설립된 지역아동센터는 단순한 ‘보육의 공간’이 아닌 아동의 권리 보장과 지역사회 연계를 통한 복지 허브로 기능하도록 설계됐다. 지방정부, 지역학교, 공공기관이 함께 협력해 운영되는 점은, 중앙정부 중심의 복지 모델을 보완하는 지역 자치형 복지 실험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체계 없는 복지보다 중요한 건 지속가능한 제도화
지역아동센터는 국내에서도 2000년대 초반 사회복지기관 중심으로 확대되어 저소득층 아동에게 돌봄과 교육을 제공해 왔다. 하지만 많은 센터들이 장기적인 재정 지지 기반 없이 민간 주도의 열정에만 의존한 점에서 제도적 한계를 지니고 있으며, 운영의 안정성과 질적 차이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몽골 사례는 이와는 다르게 국제 NGO와 지자체가 결합하여 제도 밖 아동을 제도 안으로 포섭하려는 구조적 시도를 통해, 돌봄 복지의 "탄력 있는 확산 모델"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미술과 언어 교육을 연계해 정서적 회복탄력성을 키우려는 커리큘럼은 단기적 교육 효과를 넘어, 아동 존엄성과 사회 정체성 회복에 방점을 둔다.
세대 간 불평등을 아동의 눈으로 다시 보기
현재 한국 사회는 아동 돌봄의 공공성 확대와 동시에 고령화, 1인가구 증가라는 과제를 동시에 겪고 있다. 복지 예산 분배와 사회적 관심이 점차 고령 인구 쪽으로 옮겨가는 가운데, 아동 복지는 ‘성장의 대상’이 아닌 ‘투자의 주체’로 재정의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월드쉐어처럼 아동을 지역사회의 공동체 중심에 두는 사업은 국내 지방자치단체에도 시사점이 크다. 지역 단위의 복지 실험이 단기 예산 수혜가 아닌, 세대 간 연대망을 구축하는 기반으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지의 국경은 어디까지인가
국제사회의 사례를 바라보는 데 있어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우리는 얼마나 많은 아동을 제도 안으로 품고 있는가’라는 것이다. 몽골 사례는 한국 역시 여전히 시설 밖에서 머무는 이주 아동, 장애 아동, 탈북 아동 등에 대한 보편적 교육과 돌봄 접근성이 얼마나 제약되어 있는지 되돌아보게 만든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연대 주체가 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선 아동을 권리 주체로 인정하고, 돌봄을 사적 부담이 아닌 공적 책임으로 인식하는 제도적 전환이 병행돼야 한다. 특히 국경을 넘나드는 민간영역의 복지활동을 국가 정책과 어떻게 연계하고 지속가능하게 제도화할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작은 공간이 바꾸는 큰 변화
돌봄은 단지 보호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아동을 향한 사회 전체의 태도를 상징하며, 그 사회가 정의롭고 지속 가능하다는 증표가 된다. 월드쉐어의 날라이흐 지역아동센터는 비록 규모는 작지만, 그 안에서 무너졌던 아동의 자존감이 회복되고, 배움의 기회가 되살아나는 장면은 우리에게 복지의 방향성을 다시 묻는다.
지금, 우리의 지역사회는 아이들에게 그런 공간을 충분히 제공하고 있는가? 공적 책임의 실천은 결코 중앙정부만의 일이 아니다. 지자체, 기업, 시민, 학교가 함께 아동을 ‘사회의 오늘’로 대우할 때 비로소 복지는 미래를 준비하는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