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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쉐어, 가뭄이 드러낸 복지 격차

월드쉐어, 가뭄이 드러낸 복지 격차

가뭄 앞에 드러난 지역 격차 – 식수 위기와 복지 대응의 불균형

기후위기의 가장 일상적인 얼굴은 '물'의 부재다. 최근 강릉시 옥계면과 사천면을 중심으로 한 극심한 가뭄 피해는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로 떠올랐다. 제한 급수와 시설 폐쇄, 그리고 생수 수급의 일일 단위 고비용화는 도시 인프라의 경계를 벗어난 지역에서 더 절실한 민생 문제로 다가온다.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쉐어가 5000박스의 생수를 긴급 지원한 이번 사례는 ‘기후 재난’ 앞에 놓인 지역 간 불균형과 대응 체계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역에 따라 다른 ‘기초적 생존권’

강릉지역의 가뭄은 일시적인 이상기후로 보기 어렵다. 기상청에 따르면 2024년 여름, 강원도 일부 지역은 평년 강수량의 60%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물부족이 곧 사회 위기로 이어지는 이유는 기반시설과 정책의 대응 능력이 지리적 조건에 따라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도심지에서 상수원 확보는 비교적 안정적인 반면, 농산어촌 지역은 단일 수원에 의존하거나 관정 시설이 낙후된 경우가 많다. 현실은 이처럼 지역 인프라 불균형이 클수록 기후위기에 취약하고, 그 피해가 곧 주민의 일상과 건강, 삶의 질을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정부 재난 대응 시스템은 중앙과 지방의 복합 구조를 취하고 있으나, 긴급 물자 배분 기준, 지역별 대응 역량, 예산 투입 속도 면에서 편차가 크다. 현행 「자연재난대책법」 체계 속에서 기초지자체 단위로의 일선 대응 역량은 충분치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비구조적 지원이 말해주는 제도 미비

이번 강릉에 전달된 생수 5000박스는 비정부기구인 월드쉐어와 강릉운전면허시험장의 민관 협력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 지원은 일회성으로 끝나기 쉽지만, 비상 상황에서의 사각지대를 공공 아닌 민간이 메우고 있다는 사실은 제도 중심의 국가 재난 인프라가 생활 단위까지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주민들은 ‘긴급 상황에서 공공의 응답보다 빨랐던 민간’에 감사하지만, 동시에 구조적 속도의 부재에 불안을 토로한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생필품보다 식수 공급이 더 우선순위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는 재난 대응의 기준이 보편적 복지 관점에서는 여전히 협소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취약계층, 그리고 공동체 기반의 회복력

이러한 재난 상황 속에서 특히 장애인, 고령자, 1인 가구처럼 스스로 응급 조치를 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은 극단적인 위험에 놓인다. 이들에게 생수는 단순한 ‘물이 아니다.’ 식사, 약 복용, 위생 모두에 직결되는 생존 요소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이들의 위기는 개별 가정 단위로 은폐되어 인식되지 않는다.

한편 ‘월드쉐어’와 같은 NGO의 지속적 개입은 연대 기반의 지역 복지 모델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들은 단순 구호를 넘어서, 식수 위생, 보건, 교육을 엮어 복합적 자립 구조를 지원한다. 긴급 상황에서의 개입도 결국은 지역사회 주체의 회복력과 연결되어야 의미가 있다.

제도적 대응의 방향은 어디로?

기후변화가 ‘주기적 재난’이 아닌 상시 생활 위협으로 전환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물 관리는 에너지나 식량만큼이나 ‘국가 안보’ 수준의 전략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특히 상수원 확보와 지역 급수계획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법적·행정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

또한 중앙정부 주도의 일괄적 재난 기준이 아닌, 지역형 재난관리 체계의 도입과 시민 주도적 대응 역량 강화가 정책의 새 프레임이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가정 단위의 비상 식수 보관, 마을 단위의 응급 배급망 구축, 지역 공공기관과 NGO의 재난 대응 훈련 등은 정치가 아닌 실천의 영역에서 접근 가능하다.

기후위기 시대의 시민성과 연대

강릉의 가뭄 사태는 더 이상 특정 지역의 물리적 문제로만 해석할 수 없는 상징적 사건이다. 이것은 ‘우리 사회는 일상의 위기 앞에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위기 속에서 민간단체의 빠른 개입과 주민의 감동은 한편으로는 국가제도의 부재를, 또 한편으로는 공동체 연대의 가능성을 함께 드러낸다.

시민으로서 우리가 질문해야 할 것은 단 하나다. 기후가 비상인 시대, 우리 일상의 돌봄 시스템은 충분히 준비되어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더 많은 정부 예산이 아닌, 공동체와 제도가 함께 복원력을 쌓는 방향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가 반드시 함께 살아야 하는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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