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승계 문제 해결의 실마리 – 우리은행의 전략이 금융시장에 주는 의미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은 대기업보다 ‘숨은 뿌리’인 중소·중견 기업군에서 비롯됩니다. 이들 기업은 GDP의 50% 이상, 고용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지역 경제의 균형을 뒷받침하지만, 한 가지 오래된 구조적 병목점에 발목 잡혀왔습니다. 바로 기업 승계의 부재 또는 실패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은행이 최근 신설한 ‘기업 승계 지원센터’는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라, 한국 금융산업과 생산적 자본배분 구조의 혁신 신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기업 승계의 난제와 금융기관의 대응 전략
중소기업 경영승계는 단순한 상속 이슈를 넘어, 자산 이전, 지배 구조 개편, 세무 전략,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대부분의 중소기업 승계는 ‘가족 간 일이자 사적 계약’ 수준에서 처리되어 왔으며, 이 과정에서 기업의 존속이나 생산성은 종종 사라졌습니다.
한국은행 보고서(2023)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국내 중소기업 경영주 중 약 30%가 은퇴 대상이며, 그중 승계 계획이 있는 기업은 40% 미만에 불과합니다. 이는 경제 시스템 내 생산적 자본의 단절과 고용 불안정성이라는 이중 리스크로 직결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은행이 내놓은 ‘기업 승계 지원센터’는 단순 금융상품 공급 기능이 아니라, 기업금융, 자산관리, 세무·법무 자문까지 결합한 융합형 원스톱 서비스 모델입니다. 더 나아가 금융기관이 단순 중개인을 넘어 가업 유지의 파트너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전환의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되는 민간 금융의 패러다임
금융이 실물경제의 안정적 재생산을 보장하고 미래 세대까지 연결되는 자산 구조를 설계하는 주체로 기능하려면, 단기 수익 위주의 여신 확대보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기반한 전략적 파트너십이 중요해집니다. 이는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생산적 금융’ 정책 기조와도 맥을 같이합니다.
우리은행의 전략은 금융 소비자의 라이프사이클 전략을 B2B 영역으로 확장한 사례입니다. 특히, 단순 친족 승계뿐 아니라 제3자 매각 및 M&A,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까지 포괄함으로써, 성장 정체기에 있는 중견기업들에게도 신규 활로를 제시합니다. 이는 기업의 존속이 곧 지역 일자리와 세수 유지로 이어지는 국가경제의 기반 강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은행 플랫폼의 진화 – 디지털과 생활금융의 접점 전략
이번 조직 개편 사항에서 주목할 또 다른 축은 디지털 플랫폼 사업의 강화입니다. 삼성월렛 제휴사업과 예고된 티켓판매 플랫폼을 디지털영업그룹에 통합한 결정은 금융을 '생활 속에 스며드는 기능’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의 일환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탈 앱화’되고 있는 금융소비자의 습관 변화와 맥을 같이합니다. 핀테크 혁신은 단순한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고객 접점의 우선순위를 바꾸는 구조적 변화입니다. 금융기관이 반드시 자체 기술 역량만을 키우기보다, 빅테크 또는 서비스를 보유한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며 ‘서비스 지향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글로벌 흐름과 비교한 우리은행 전략의 시사점
일본의 MUFG나 유럽의 UBS 같은 글로벌 대형 금융기관들도 최근 들어 가업 승계 시장에 전문 부서를 신설하거나, M&A 컨설팅 기능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족경영이 지배적인 아시아권 금융 환경에서는 이 기능이 은행의 핵심 전략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BCG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60% 이상의 기업 승계가 실패하거나 영속성 유지에 실패하며, 그 대부분이 승계 준비 부족과 금융 파트너 부재에서 기인합니다. 때문에 금융기관이 ESG 금융만큼 ‘세대 간 자산 이전’이라는 또 다른 지속가능성 화두에 관심을 가지는 셈입니다.
투자자와 자산관리자의 전략적 접근 포인트
- 중소·중견기업의 승계 시장은 향후 10년 내 핵심 금융 니즈로 부상할 것입니다. 자산관리사나 패밀리오피스는 기업 고객을 위한 통합 컨설팅 역량을 준비해야 합니다.
- 정책당국은 생산적 금융 기조 아래, 민간 금융사를 통한 ‘지속가능 기업금융’ 인프라 확대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 금융소비자는 기존의 예적금, 투자 중심 접근에서 벗어나, 기업 승계나 가업 가치 유지에 연계된 금융서비스의 필요성을 인식해야 합니다.
우리은행의 이번 결정은 단순히 조직 개편이 아니라, 한국 금융이 기업 성장과 고객 생애주기를 연결하는 초연결 지향 전략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지금이야말로 투자자와 금융 관계자 모두가 패러다임 전환의 기회를 전략으로 풀어야 할 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