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과 드레스, 그 사이에서 피어난 자존의 무대 – 세대를 잇는 슈퍼퀸의 문화적 선언
한겨울의 서울, 송파 그랜드볼룸에서는 화려한 무대가 조심스레 펼쳐졌다. 그것은 단순한 모델 대회 이상의 공간, 문화와 세대, 정체성과 욕망이 교차하는 하나의 상징적인 제의였다. 제12회 인터내셔널 슈퍼퀸 모델 콘테스트와 제7회 월드 슈퍼퀸 한복 모델 결선대회가 연속으로 열린 이번 행사는 패션이라는 언어를 통해 ‘자기 존재의 서사’를 세상과 나누려는 사람들이 만든 문화의 축제였다.
누구나의 런웨이, 누구나의 꿈
이 두 대회의 핵심은 역시 ‘모든 세대의 주인공화’에 있었다. 미스부터 시니어까지, 퀸부터 미까지. 연령은 변별이 아닌 다양성의 요소로 기능했다. 모델이라는 영역이 젊음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세월을 지나온 이들의 몸과 표정 역시 스포트라이트에서 찬란히 작동할 수 있음을 우리는 이 무대에서 확인했다. 그렇게 슈퍼퀸은 ‘생애 어느 시점이든 나는 중심에 설 수 있다’는 선언을 문화적 언어로 기록한다.
드레스와 한복의 공존, 전통과 현대의 대화
첫날의 드레스 무대는 당당한 자기 연출의 기술로 가득했고, 둘째 날의 한복 런웨이는 절제와 곡선이 우아하게 말을 거는 자리였다. 특히 한복의 현대적 재해석이 돋보인 월드 슈퍼퀸 한복 모델 대회는 촘촘한 여백과 고운 선으로 동시대 미감을 말하며, 지금도 전통은 살아 숨 쉬며 변화할 수 있는 예술임을 입증했다.
패션쇼는 더 이상 의상의 과시로만 기능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의 ‘몸이 말하는 시간’이며, 한 개인이 옷을 통해 세상과 맺는 태도의 총합이다. 슈퍼퀸이 선보인 무대는 이처럼 의상 자체보다는 이를 해석하고 입어내는 존재의 방식에 질문을 던진다.
도전은 명예에서 끝나지 않는다, 연속하는 가능성이라는 성취
눈에 띄는 것은 대회의 이후까지 걸쳐 있는 실질적 지원 시스템이었다. 수상자들에게는 상금뿐 아니라 해외 진출 기회, 예술 활동의 연장선이 마련되어 있다. ‘한 번의 무대로 끝내지 않겠다’는 이 제도는 한국의 수많은 문화 행사가 갖는 일회성의 한계를 넘어서는 전략적 구조다. 문화는 지속될 때 비로소 사회를 바꾼다는 믿음을 우리는 이 시스템에서 읽을 수 있다.
이 무대는 왜 우리의 일상이 되어야 할까?
우리는 종종 ‘나의 서사는 남들에게 보여줄 만큼 가치 있는 것일까?’를 의심한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모든 몸과 얼굴, 목소리가 존중받아야 할 고유한 하나임을 확인시켜준다. 런웨이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시간이 우리 삶의 시간과 겹쳐있음을 자각하는 순간, 슈퍼퀸의 문화는 개인에게도 찾아온다.
그러니 우리는 다음을 상상해야 한다. 내 몸이 걸어들어갈 수 있는 나만의 무대는 어디일지, 지금의 나는 무엇을 입고 걸어야 하는지.
지금 우리가 감각해야 할 문화는 ‘존재의 무대화’다. 일상의 무대에서 자기 자신을 빛나게 하는 ‘개인의 연출력’은 모델 콘테스트의 전유물이 아니다. 오늘, 핸드폰 카메라 앞에서 나를 아름답게 조명해보는 것, 낡은 한복을 꺼내 입어보고 거울 앞에 선 것, 그것이 바로 삶이라는 장르 속에서 열리는 나만의 슈퍼퀸 무대다.
오늘 당신의 하루에서 가장 빛난 장면은 무엇이었나요?
그 장면을 마음속으로 한 번 런웨이처럼 걸어보세요. 그것이 우리 모두의 문화적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