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돌봄의 사각지대와 지역 공동체의 역할 – '포티야(夜)놀자' 캠프가 말하는 것
아동을 보호할 공동체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맞벌이 가정이나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처럼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들에게 여름방학은 보호받기 어려운 취약의 시간이 되기 쉽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시도 중 하나가 한국공항공사와 세이브더칠드런이 주최한 ‘포티야(夜)놀자’ 여름캠프다. 이 캠프는 김포공항 인근 8개 지역아동센터와 협력해 약 200명의 아동들에게 다양한 체험과 돌봄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돌봄 공백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지역과 민간이 공동 대응하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야간 돌봄의 필요성과 제도적 맥락
우리나라 초등학생 중 방과 후 보호자가 없는 ‘돌봄 공백 아동’은 약 37만 명에 이른다(2023년 여성가족부). 특히 맞벌이 혹은 한부모 가정 자녀들은 방학이나 야간 시간대에 더 큰 돌봄의 공백을 겪는다. 이러한 상황은 범죄 노출, 정서적 고립, 학습 격차 확대 등의 복합 문제를 초래한다. ‘다함께돌봄센터’, ‘초등돌봄교실’ 등 공적 돌봄 지원이 일부 존재하긴 하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은 크게 부족하며 야간이나 주말 시간대를 포괄하지 못하는 제도적 한계가 뚜렷하다.
지역아동센터와 같은 민간 기반 기관은 이러한 공백을 메우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지만, 운영비, 인력 수급, 프로그램 다양성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포티야(夜)놀자’처럼 공공기관(KAC)과 NGO가 협업하는 방식은 공백 구간의 돌봄을 보완하면서도 공공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당사자 관점과 초점 이동
주목할 점은 이번 캠프가 단순한 보호 활동을 넘어 아동의 주도성과 참여를 중심 원칙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캠프 프로그램 기획에 의견을 적극 반영받았으며, 체육 활동, 갯벌 체험, 서커스 관람 등은 '하고 싶은 활동'을 기반으로 구성되었다. 이는 아동을 수동적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적 삶을 살아갈 권리의 주인공으로 바라보는 관점 전환의 사례다.
‘보호’ 중심에서 ‘참여와 성장’ 중심으로의 초점 이동은 아동 복지 정책 전반에 필요한 전환이기도 하다. 실제로 국제아동권리협약(UNCRC)도 아동의 생존과 보호뿐 아니라 발달과 참여 권리를 균형 있게 강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아동이 말하는 정책’에 귀 기울이는 구조 마련이 꾸준히 추진되어야 한다.
돌봄을 둘러싼 계층 간 온도차
맞벌이 혹은 저소득 가정의 부모들은 긴 방학 기간 동안 아이를 안전하게 맡길 곳이 부족해 ‘워킹맘 죄책감’, ‘방치된 돌봄’의 불안에 시달린다. 반면 여유 있는 가정에서는 사설 캠프, 학원, 가족 단위 여행 등 다양한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돌봄 격차가 곧 교육·문화 체험의 격차로 이어지며 아동 간 성장 환경의 불균형을 야기한다.
'포티야' 캠프는 그 자체로 캠프 참가 아동들에게는 희소한 자원 경험의 기회였다는 점에서, 돌봄 격차 해소의 가능성을 보여준 상징적 사례다. 그러나 캠프가 ‘선별된 소수’에게만 머물면 이 격차는 구조적으로 해소되지 않는다. 보편적이고 안정적인 지역 돌봄 인프라 확충 없이는 개인이나 기관 단위의 선의로는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해외 사례와 제도 개선의 실마리
프랑스는 ‘패밀리 카푸시네’처럼 지역 내 공공기관과 사회적 기업이 협력하여 야간, 주말까지 확장된 돌봄 서비스를 운영한다. 영국은 ‘Sure Start Children’s Centre’를 통해 취약계층 가정에 통합적 돌봄·교육·보건 연결망을 제공한다. 국가가 중심이 되어 돌봄을 사회적 인프라로 인식하고 있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
한국도 최근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공공의 책임 확대를 선언했지만, 다양한 운영 주체 간 협업 모델 개발, 야간·주말 운영 확장, 전담 인력의 안정적 확보 등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공적 돌봄의 재구성과 삶의 질문
‘포티야(夜)놀자’ 캠프는 아동 돌봄의 문제를 공동체의 시선으로 다시 묻고 있다. 우리는 아이의 삶을 누구의 책임으로 보는가? 돌봄은 가정만의 문제로 남겨둘 수 있는가?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놀고, 꿈꾸고, 서로 어울릴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은 ‘공공재’로서 꾸준히 재해석돼야 한다.
결국 아동 돌봄은 사회 전체의 미래를 위한 투자이며, 행정, 기업, 시민사회 모두가 감당해야 할 공동의 책무다. 우리가 부모이든 아니든,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아동 권리를 위한 감수성과 참여 의식을 갖는 것부터 돌봄 사각지대를 줄이는 한 걸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