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산업, 에너지 전환기의 생존전략 – 세아제강지주 사례로 본 미래 먹거리의 길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 내수 침체, 산업 지형의 전환. 오늘날 철강업계가 맞닥뜨린 현실은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 한복판에서 주목할 만한 방향성을 제시한 사례가 있다. 세아제강지주의 2025년 2분기 실적공시를 통해 드러난 그들의 현황과 전략은 철강 산업 전반에 중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내수 침체 vs. 해외 수요 유지 – 시장 분산 전략의 가시화
세아제강지주의 연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1% 늘어난 1조209억 원을 기록한 반면, 영업이익은 0.9% 감소해 850억원을 기록했다. 두드러지는 점은 내수보다는 해외 부문이 실적 견인을 주도했다는 점이다.
특히 북미 지역에서의 오일&가스향 에너지용 강관 판매량 증가는 자원개발 수요 활성화와 직접적으로 맞물렸다. 미국은 화석연료 개발 정책 기조가 지속되며, 에너지용 강관 수요가 유지 혹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맞물려 중동 지역 프로젝트 수주 역시 해외 매출 안정화를 돕는 주요 동력으로 부상 중이다.
이 구조는 철강 기업이 내수 위주 체계를 벗어나 글로벌 수요 지형에 적응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미주, 중동 지역의 에너지 인프라 수요를 선점하는 선제적 대응이 필수적이다.
친환경 전환 –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생존 전략
수익성 측면에서는 도전이 명확하다. 내수 건설 경기 침체에 따른 가격 경쟁 심화가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 세아제강의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41.2%나 감소했다.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세아제강은 미래 에너지 수요와 맞닿은 분야로의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해상풍력, LNG, 수소,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등 친환경 고부가가치 강관 제품을 전략적으로 확대하며 탄소 중립 시대의 맞춤형 파이프 공급자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세아윈드의 상업 생산 개시 역시 이러한 전략의 핵심 전환점이다.
이는 단순한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넘어, '에너지 전환 인프라'의 소재 공급자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추구하는 사업 구조 개편이라 판단된다. 기술과 공정의 전환, 새로운 표준을 만족시키는 품질 시스템 구축이 동시에 요구되는 지점이다.
통상환경 변화 – ‘현지화’가 대세
미국의 통상 정책 불확실성은 북미향 고수익 제품의 수출 축소로 이어졌다. 그러나 세아제강은 미국 생산법인 SSUSA를 통해 대응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다. 국가 간 장벽이 높아지고 다자무역체제 흐름이 약화되는 가운데, 생산 기지를 현지화하는 전략은 필수적인 방어 수단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제조 기반만으로 글로벌 수요를 끌어가는 전략은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으며, 현지 생산 → 현지 납품 → 현지 대응 체계 구축이 중장기 로드맵의 핵심으로 부상 중이다.
산업 구조 변화 속에서 주목해야 할 키워드: '에너지 인프라와 지역별 수요'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030년까지 주요국은 에너지 안보, 전력효율화, 기후대응을 위해 해상풍력·수소·가스 수송망에 대규모 투자를 지속할 전망이다. 이는 강관산업에게 단순한 원자재 가격 추세보다 에너지 전환의 수요 변곡점을 따라가는 '시장 감각'이 생존을 좌우할 요소임을 뜻한다.
지금 이 변화가 내 산업에 미칠 영향은 무엇일까? 철강, 기계, 건설, 에너지 연계 산업의 기획·전략 담당자는 기존 내수 중심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수요처의 글로벌 확장, 고부가 제품화, 현지화 전략을 병렬 추진해야 한다.
전략적 시사점과 체크리스트
- 제품 다각화 전략: 단가 하락에 취약한 일반 강관에서 LNG, 해상풍력 구조물, 수소까지 특화된 고수요·고마진 제품으로 축 이동.
- 공급망 현지화: 주요 수출국에 맞춤형 생산기지 및 유통망 구축을 통해 보호무역 장벽 대응력 확보.
- 기후·에너지 정책 선탐색: 미국 IRA, EU 탄소국경세 등에 대한 사전 대응 전략 수립 필요.
- 기술 인증 및 녹색스펙: 지속가능성 인증(SEMS, ISO14067 등) 및 정부 보조금 수혜 조건 충족 준비.
세아제강지주의 움직임은 단기 성과보다도 산업 전환기에서 어떤 방향으로 구조를 재편하느냐에 대한 교과서적 사례로 해석되어야 한다. 철강을 포함한 전방 산업군은 통상환경, 에너지 전환 속도, 공급망 전략이라는 세 축의 진동 안에서 스스로의 업태를 재정의해야 할 시기에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