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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AI로 확장하는 복지의 권리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AI로 확장하는 복지의 권리

장애인 복지와 기술의 만남 – AI는 어떻게 권리를 확장하는가

디지털 기술의 확산이 삶의 전반을 재구성하는 지금, 기술과 복지가 만나는 접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엿보인다.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이 AI 이미지 생성 기술을 활용해 중증 발달장애인에게 한복을 입은 모습의 가상 사진을 선물한 사례는 그 가능성의 생생한 구현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명절에 편견 없이 함께하고 싶은 평범한 소망에 기술이 따뜻한 방식으로 응답한 순간이자, 기술이 사회적 배려를 넘어 권리 실현의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사례는 단순한 기획 이상으로 우리가 복지정책을 바라보는 관점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함을 제안한다. 기술은 복지의 보조물이 아니라, 포용적 삶의 필수 조건이 될 수 있는가? 이 물음에서 출발할 때, 우리는 디지털 복지사회에 대한 보다 깊은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

기술과 돌봄의 결합, 왜 지금 중요한가

국내 발달장애인의 수는 2023년 기준 약 26만 명으로, 전체 장애인의 약 10%를 차지한다. 이 중 많은 이들이 의사소통, 감각 민감성, 복합적인 건강 문제 등으로 인해 다양한 제도 접근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AI 활용 프로젝트는 의사결정이 어렵고 감각 자극에 취약한 이들의 특성을 고려한 돌봄 기술 적용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복지 현장에서는 오랫동안 '효율성'과 '표준화'의 논리로 인해 맞춤형 지원이 뒷전으로 밀려난 경향이 있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 특히 생성형 AI는 비용 효율성과 개인화의 균형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이 점에서 본 프로젝트는 단지 명절 행사가 아니라, 디지털 포용 복지의 방향을 탐색하는 하나의 실험이라 볼 수 있다.

당사자의 시선, '복지 대상'이 아닌 '문화 참여자'로

이번 사진 선물은 단순히 한복 이미지를 가상으로 생성하는 작업이 아니었다. 실제로 발달장애인 이용자 중 일부는 자신의 이미지를 인식하고 즐거워하며 긍정적 정서를 표현했다. 이는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사회문화적 이벤트의 '참여자'로서 자리매김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장애인을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 한정시키는 시선이 강하게 남아있다. 그러나 이러한 작은 경험들을 통해 장애인은 주체적으로 감정과 경험을 표현하고 공유할 수 있는 인간으로 인식되는 전환이 이뤄진다. 이는 단지 이미지의 생성이 아니라 사회로의 ‘연결’을 상징하는 작업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다양한 기술을 활용한 Inclusive Design 사례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영국 NHS(국민건강서비스)는 디지털 치료 앱에 사용자의 인지 특성과 감각 민감도에 맞춘 UI 설계를 적용하고 있고, 일본은 로봇 돌봄을 통해 자폐 스펙트럼 아이들의 사회성 향상을 유도한다. 이는 기술을 활용한 복지 서비스가 보조적 수단을 넘어 권리 기반적 접근이 될 수 있음을 반증한다.

디지털 격차, 새로운 배제를 막기 위한 과제

이러한 선례들은 결국 다음의 질문으로 연결된다. 기술은 누구의 손에, 누구를 위해 활용되는가? 디지털 복지의 확장은 정보 접근성과 기술 이해력의 불균형이라는 또 다른 배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 특히 지방 소규모 복지기관이나 고령 장애인 가구는 이 같은 서비스로부터 소외되기 쉽다.

또한, 기술 사용이 장애인 당사자의 감정이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는 윤리적 기준과 가이드라인 마련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감정 인식 기술, 이미지 조작 기술 등이 향후 더 발전하면 판단력 취약 계층에 대한 기술 남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공정책의 다음 과제는, 기술을 단순히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권리와 윤리, 포용을 전제로 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간 협업 체계, 지역 기반 디지털 복지 실험실 등 제도적 기반 마련이 요청된다.

작은 시도, 큰 질문을 던지다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의 이번 AI 사진 프로젝트는 명절이라는 시간 속에서 '보통의 삶'을 가능케 한 작은 혁신이었다. 그러나 이 작은 시도는 큰 질문을 던진다. 기술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돌봄은 어떻게 진화할 수 있는가? 복지는 어떻게 존엄을 실현하는가?

우리는 이 질문을 정책 담당자뿐 아니라 시민, 기업, 교육자 모두가 공유해야 할 시대에 살고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기술적 소외’가 없는 사회를 위해 어떤 형태로든 성찰하거나 나설 수 있지 않을까. 예컨대 지역사회 학교에서 디지털 리터러시를 포함한 돌봄 교육을 강화하거나, 기업이 장애 접근성을 고려한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는 일은 모두 연결된 하나의 시작일 수 있다.

기술은 곧 현실이 되고, 현실은 곧 사람의 몫이다. 이제, 마음이 닿는 기술을 만드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짊어져야 할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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