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접근권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해 – 장애인의 정보 격차 해소는 왜 여전히 과제인가
보조기기가 단순한 '기계'나 '장치'의 경계를 넘을 때, 그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하는 도구로 기능한다. 최근 서울시동남보조기기센터와 코스콤이 공동 주관한 ‘2025년 맞춤형 IT보조기기 지원사업’은 바로 그 지점을 명확히 짚어내며 장애인의 정보 접근성과 사회참여 기회를 넓히기 위한 실질적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 하나의 사례가 전체를 대표하거나 반영할 수 없다. IT보조기기 접근 기회의 불균형은 여전히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남아 있다.
정보 격차가 드러내는 사회 불평등
장애인 10명 중 4명은 일상생활에서 스마트폰, 컴퓨터 등 기본적인 IT기기조차 원활히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국가장애인정보화교육센터, 2023). 교육, 고용, 사회적 참여가 디지털 환경에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포괄적 사회 참여권과 정보 평등권의 문제이다. 통계는 기술 접근 격차가 곧 기회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제도는 있지만 현장은 종종 느리다
정부는 2008년부터 ‘장애인 보조기기 지원법’을 기반으로 각종 보조기기 지원사업을 시행해왔다. 그러나 실질적 보급률은 낮고, 각 장애 유형과 개인 여건에 맞춘 맞춤형 제공체계는 아직 미진한 수준이다. 대다수의 보급은 '표준화된 장비’에 집중되어 있으며, 상담과 교육, 사후 관리의 연계는 예산과 행정력 부족으로 인해 단절되기 쉽다.
이번 서울시동남보조기기센터 사례는 이 제도적 한계를 보완한 대표 사례다. 보건복지부의 지침을 넘어서 '보조공학 전문가-당사자-현장 기술자' 간 삼중 협력 체계를 기반으로 1:1 맞춤형 기기를 선정하고 활용 교육까지 제공했다. 하지만 이는 하나의 모델 수준일 뿐, 전국으로 확산되기엔 제도화가 충분하지 않다.
장애인 당사자들의 경험과 요구
무엇보다 당사자들의 요구는 보조기기 ‘보급’이 아니라 ‘이용 가능성’에 있다. 단순히 장비만 지급받아도 구체적인 사용법을 모르면 결국 책상 서랍에 들어가기 일쑤다. 생활 속에서 자율성과 효용성을 높일 수 있는 사용 경험이 더욱 중요하다. 실제로 거주지 내 접근 가능한 수리 서비스나 온라인/오프라인 교육 창구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지방 거주 장애인의 경우, 신청부터 수령까지 절차 과정에서도 물리적 거리와 정보 부족으로 소외되기 쉽다.
해외 사례와의 격차
미국과 영국의 경우, 보조기기 제공은 단순한 복지 차원이 아닌 교육 정책, 노동 정책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미국의 ‘Assistive Technology Act’ 프로그램은 각 주별 IT 접근센터를 통해, 상담-보급-교육-S/W개발까지 통합지원 시스템을 갖췄다. 이에 비해 한국에서는 장애인 참여를 중심에 둔 보조기기 생태계 조성이 더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기술이 인간을 포용할 때
이번 사업을 통해 제공된 안구마우스, 전동 책상, 특수 마우스 등은 단순히 ‘편의성’을 넘어서 교육, 경제 활동, 자기 표현의 실질적 통로로 기능한다. 어떤 이는 이를 통해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게 됐고, 또 어떤 이는 재택근무의 기반을 갖추게 됐다. '접근 가능성'이란 물리적 조건만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사회 시스템의 포용성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커진다.
마무리하며
장애인 IT보조기기 접근의 문제는 기술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선택지의 방향에 관련된 질문이다.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어떤 맥락에서 지원이 이루어지는가? 기술은 평등한가? 제도는 현실적 삶을 따라가고 있는가? 시민으로서, 교육자로서, 정책 입안자로서 함께 던져야 할 질문들이다.
지역사회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은 바로, 장애 당사자와 기술 간 ‘중간자’를 자처하는 역할을 고민하는 데 있다. 교육기관은 보조기기 활용 교육 커리큘럼을 새롭게 구성할 수 있고, 기업은 개발단계에서부터 접근성 설계를 기본값으로 반영할 수 있다. 결국, 포용은 선언이 아니라 구조다. 그리고 구조는 사례를 넘어 제도화될 때 비로소 힘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