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 체험을 ‘몰입형 콘텐츠’로 재설계하다 – 서귀포 야행이 여가 소비 구조를 바꾸는 방식
‘여가란 무엇인가요?’
이제 여가란 ‘단순한 쉼’이 아니라 자신만의 정체성과 취향을 드러내는 확장된 시간입니다. 단순히 보고, 듣고, 걷는 데에 그치지 않고, 내 삶을 재구성하는 경험이 되기를 소비자는 기대합니다. 바로 이런 변화의 경계에서 주목해야 할 현장이 있습니다. ‘2025서귀포국가유산야행’입니다. 제주 신화, 야경, 연극, 기술이 만나 탄생한 이 행사는 단순한 지역 축제를 넘어 레저 콘텐츠 생태계의 미래 방향을 먼저 제안하고 있습니다.
몰입형 스토리텔링의 레저 콘텐츠 진화
야행 프로그램 중 가장 이색적인 포맷은 ‘투어형 참여연극’입니다. ‘강림차사편’이라는 이름 아래, 관람객은 이야기 속 한 인물이 되어 서귀포항 일대를 걷는 미션 기반 몰입 체험을 합니다. 흡사 모바일 RPG 게임을 현실에서 즐기는 듯한 이 체험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최적화된 ‘서사형 여가 모델’입니다. 이는 단순 공연 관람 모델에서 탈피한, 참여와 감정이입을 유도하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진화한 사례입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2030세대의 여가 소비 결정 영향 요소 중 ‘이야기의 몰입감’이 최근 3년간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단순한 볼거리보다 ‘이야기 속 내가 주인공인 듯한 경험’이 선택 기준이 되는 흐름입니다. 이는 앞으로 체험형 관광∙축제가 명확한 "콘텐츠 기획력"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전통자산과 기술 접목, 지방축제의 디지털 전환 사례
‘2025서귀포국가유산야행’의 또 다른 점은 비물질 문화유산을 현대적 감성으로 시각화한다는 점입니다. 홀로그램으로 구현되는 ‘영등할망 신화’, 무용과 실경을 결합한 ‘서천꽃밭’ 등은 신화를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술을 통한 감각적 재해석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콘텐츠는 단순히 외래 관광객뿐만 아니라 지역 청소년들에게도 교육 콘텐츠로 활용 가능해 지역 문화의 지속가능한 관광 자산화라는 ESG적 가치를 품고 있기도 합니다.
이는 단순 지역홍보를 위한 축제가 아니라 지역 문화 산업화 모델로의 전환을 보여주는 현장 사례입니다. 기존 지역 축제가 볼거리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디지털 콘텐츠화와 연계 가능한 형태로 진화하면서 외부 플랫폼(예: 메타버스 전시, 가상 투어 등)과의 확장성도 마련됩니다.
지역 기반 체험 레저의 플랫폼화 가능성
이번 야행에서는 ‘해상 문화유산 투어’와 ‘야시장’, 버스킹, 밤마실 등 다중 지점 체험 콘텐츠가 유기적으로 엮여 있습니다. 특히 고정된 장소 기반 오프라인 이벤트에 ‘회차제 및 사전 예약 운영 모델’을 도입함으로써 투자 및 운영 효율성을 크게 높였습니다. 실제로 500명이 넘는 투어 신청과 회차별 정원 초과 예약은 수요 예측형 콘텐츠 운영이 가능함을 보여준 결과입니다.
이는 OTA 플랫폼과의 결합을 통해 예약-체험-후기 데이터까지 일원화하는 모델로 발전할 여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역 관광업체들이 이를 참고해, 지역 기반 체험 활동을 ‘에피소드 구성–예약 연동–리뷰 재활용’의 컨텐츠 경영 구조로 설계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향후 상품화 전략과 여가 기획 인사이트
서귀포 야행은 전통문화 콘텐츠도 ‘놀이화’와 ‘가상 경험’ 전략이 통하는 시대임을 보여줍니다. 특히 레저 이용의 주체가 ‘관람자에서 창작 참여자’로 적극 전환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는 KTO의 2023 관광 트렌드 리포트에서도 ‘자기서사(自記型) 여행’ 수요가 급증하고 있음을 통해 확인된 바 있습니다.
향후 체험 콘텐츠 기획·운영 시 다음과 같은 전략이 주목됩니다:
- 스토리 기반 ‘회차형 운영모델’ 도입: 테마별 각본 연계형 워크숍, 연극, 게임형 이벤트의 상품화
- 기술 접목형 야간 콘텐츠 개발: 드론 쇼, 야경을 활용한 AR 가이드 투어 등 실외 체험 기술 연계
- 지역자산 기반 ESG형 콘텐츠: 마을 브랜드 연계 투어, 탄소중립형 여행 동선 구성 시도
- 구독형 문화여행 시리즈 기획: ‘월간 문화유산 투어’ 구성으로 OTA 혹은 로컬 플랫폼과의 연결성 확보
서귀포 야행은, 단지 지역 축제를 넘어 교육·기술·여행을 통합한 하이브리드형 레저 콘텐츠의 방향성을 제시한 이정표입니다. 여가 기획자, 로컬 콘텐츠 운영자, 여행 스타트업은 이 사례에서 ‘참여형 구조 설계’, ‘기술과 스토리 결합’, ‘다회차 상품화’라는 수익 가능한 관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레저는 다시 삶을 디자인하는 경험의 산업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