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HBM과 AI로 다시 뛰는 반도체 혁신

HBM과 AI가 이끄는 반도체 재도약 – 삼성전자가 새로 짜는 산업 밸류체인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가 2025년 3분기 사상 최대 매출(86.1조원)을 기록한 배경에는 단순한 판매 호조 이상의 기술 진화와 수요 재편의 신호가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 HBM(High Bandwidth Memory)을 비롯한 고부가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의 전략적 재배치, AI 시대에 특화된 제품 포트폴리오가 삼성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삼성전자의 최근 실적을 통해 드러난 반도체 산업 구조의 변화, AI 수요의 실질적 충격, 첨단공정 개발의 경쟁 구도를 분석하고, 다음 기술 전략 수립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HBM3E에서 HBM4로 – AI용 메모리 수요가 설계와 제조를 바꾼다

HBM(고대역폭 메모리)은 GPU 또는 고성능 AI 가속기에서 필수적인 인터페이스다. 삼성전자가 2025년 3분기부터 전 고객 대상 HBM3E 양산을 본격화하고 2026년을 겨냥해 HBM4 기반 양산과 1c 캐파(생산능력) 확대를 언급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AI 모델이 초대형 스케일로 진화하며 연산 집약도와 병렬처리 수요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DDR5 대비 대역폭이 최대 4배 이상 높은 HBM은 GPU 공급망의 병목을 해소하는 핵심 수단이 된다. NVIDIA 및 AMD의 최신 AI 칩이 모두 HBM 채용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는 곧 메모리 업체들에 TSV(실리콘 관통 전극) 기반 적층 공정 기술력을 요구하게 만드는 구조적 변화다.

Samsung은 이미 HBM4 샘플 출하를 개시했고, 향후 베이스 다이 설계까지 내재화하며 TSMC, SK하이닉스와의 경쟁에서 기술 수직화를 강화하려는 모습이다.


상용화 넘어 전략화 – 파운드리와 시스템LSI의 역할 전환

삼성의 파운드리 부문은 2025년에도 첨단공정 중심의 분기 최대 수주 실적을 달성했다. 2나노 양산 본격화와 미국 테일러 Fab의 가동 예정은 단순 공정 미세화 수준을 넘는 전략적 확장 행보다. 이는 특히 미국 내 확보가 중요한 AI·국방 반도체 생태계에의 직접 진입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시스템LSI는 엑시노스 SoC와 이미지센서 등 커스터마이즈된 반도체로 고객별 맞춤형 수요를 흡수하는 디바이스 기능 전략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는 퀄컴과 같은 팹리스와 차별화되는 ‘설계-제조 일체형(IDM) 전략’의 강점을 강화하는 방향이며, AI 스마트폰, XR 기기 등 미래형 디바이스 티어1 공급망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로 해석된다.


DX 부문에서 AI와 XR이 결합된 소비 생태계 실험

DX(Device eXperience) 부문에서도 폴더블 스마트폰 판매 호조 외에 눈여겨볼 흐름은 ‘갤럭시 XR’로 대표되는 XR(Augmented & Virtual Mixed Reality) 기기군의 출발이다. 2025년 하반기 위치 기반 체험존 가동과 함께 제품 완성도를 강조하는 흐름은, 단순한 기기 출시 이상으로 AI+센서+3D 입체 UX가 통합된 뉴 인터페이스 시장의 전초로 볼 수 있다.

AI 기반 음성 인터페이스가 주를 이뤘던 이전 세대 스마트 디바이스와 달리, XR에서는 사용자의 시선, 동작, 공간 맥락이 곧 디지털 UI가 되는 구조적 UX 전환이 필요하다. 삼성전자의 시도는 구글, 애플과의 기존 마켓 셰어 경쟁이 아닌, 차세대 UX 플랫폼 경쟁으로 시장 구조가 이동하고 있다는 징후다.


AI 시대, 반도체 기업은 제조업이 아니라 플랫폼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2025년 연구개발에 26.9조원, 연간 설비투자에 47.4조원을 집행하면서, 사실상 팹리스 수준의 민첩성을 갖춘 R&D/제조 복합체로 전환되고 있다. AI 붐은 수요 증가뿐 아니라, 디바이스 구조 자체의 변화, 전력 효율성 설계, 맞춤형 반도체 수요 확대 등 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재편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AI 서버, 스마트폰, 웨어러블, XR, 전기차 등은 HBM·LPDDR5x·GDDR7·SoC·이미지센서 등 다종의 고부가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복합 수요층이다. 이 신규 수요층에서는 양산 능력과 고객 커스터마이징 속도가 구매 결정의 핵심이 된다. TSMC, SK하이닉스, 인텔과의 기술 경쟁도 결국 이러한 종합적 가치 전달을 얼마나 잘 조직화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전략적 적용 포인트

  • 스타트업과 B2B 기업은 HBM, GDDR, LPDDR 고급 메모리 수요에 맞춘 연산 자원 활용 전략(MLOps, AI 클러스터 최적화 등)을 필요로 한다.
  • 기획자·UX 디자이너는 XR·AI 기기의 인터랙션 기반 구조가 터치스크린 이후의 UX 프레임을 설계할 수 있는 기회임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 정책당국은 테일러 Fab 가동 같은 공급망 지형 변화와 AI 반도체 자체 설계·제조 역량 확보에 주목해야 한다. 국가 R&D가 프로덕트보다 '역량 중심'으로 전환돼야 하는 구간이다.
  • 삼성의 향후 행보는 ‘단순 수익’이 아닌 ‘생태계 장악’으로 기울고 있다. 이에 따라 경쟁사는 단기간 기술 성능보다, 플랫폼 연계, API 개방성, 통합 UX 경험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AI가 불러온 성능·수요·UX 혁신의 파고는 반도체 산업 문법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이제 반도체 기업이란 단순 칩 제조업체가 아니라 지능화된 디바이스 생태계의 파워 플랫폼 소유자라는 정체성을 갖추는 것이 새로운 경쟁의 출발점이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