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보건의 미래 – 기술과 제도, 그리고 '사람'을 중심에 둘 때
디지털 산업 전환 속도가 전례 없이 빨라지면서 산업 현장의 안전과 보건 체계 역시 근본적인 재설계를 요구받고 있다. 특히 'A+A 2025'와 같은 국제 전시회는 기술 혁신과 정책 연계, 기업 실천을 한 자리에 모으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우리 사회에도 현재 진행형의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과연 우리는 ‘사람’을 우선하는 산업 구조를 만들고 있는가?
산업안전의 진화 – ‘보호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A+A 2025’는 단순한 노동자 보호 장비의 전시가 아니다. 스마트 PPE, AI 기반 위험 예측 시스템, 웨어러블 로봇 등 예방적‧지속가능한 시스템으로 확장되는 산업안전보건의 경로를 보여준다. 눈에 띄는 변화는 기술이 인간의 신체를 보조하고, 상황을 예측함으로써 사고 발생 자체를 줄이려는 접근이다.
이는 한국에서도 유의미한 맥락을 갖는다. 2022년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 책임자의 예방 책임을 명확히 했지만, 여전히 제도와 현장 간 간극이 존재한다. 다수 중소기업은 법 규정 이행보다 생존을 먼저 고려하며, 안전조치는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방 중심의 스마트 안전 솔루션이 이 간극을 줄일 수 있을까?
세대와 규모에 따른 인식 차 – 공정한 안전 보장을 위해
산업안전보건은 일터의 문제이면서도 명백한 사회적 불평등 구조를 드러낸다. 원‧하청 노동자 간 장비 차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감시 및 관리 수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시스템 투자 여력 등은 결과적으로 '누가 다치느냐'의 질문과 직결된다.
특히 2030 청년세대는 ‘일터 안전’이 단지 물리적 생존의 문제만이 아니라, 정서적 안정과 경력지속 가능성의 기초로 간주한다. 이들이 낯선 기술 도입에 더 빠르게 반응하고, 산업 현장의 디지털 전환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반면 고령 근로자나 외국인 노동자층은 기술 적응 격차로 인해 새로운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함께 늘고 있다.
기술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노동 안전의 실체
산업안전기술의 급성장은 분명 반가운 변화지만, 기술 도입 자체가 곧 안전 확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무인화, 자동화가 오히려 노동자의 역할을 축소하거나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할 경우, 근본적 안전보장이 아니라 또 다른 피로를 낳을 수 있다.
또한, 실시간 데이터 기반의 AI 예방 시스템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정확한 현장 정보와 신뢰할 수 있는 운영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여전히 많은 기업에서 작업자의 의견 수렴 구조가 미비하고, ‘보여주기식 안전 강화’에 그치는 경우가 존재한다.
한국 산업안전정책의 새로운 가능성
전시회의 또 다른 축은 교육과 제도 설계다. A+A의 공식 백서 ‘New Work – The Future of Work’는 유연 근무, 정신건강, 일과 삶의 균형 등 포괄적 노동환경 변화를 강조한다. 한국 역시 기존의 물리적 사고 중심 대응을 넘어, 정신건강, 작업시간 유형, 팀 기반 일터 문화 등 ‘일하는 삶 자체의 구조’에 주목할 때 제도적 진화가 가능하다.
특히 데이터 기반 안전 정책, 중소기업 맞춤형 지원, 기술 접목을 위한 인력 재교육 등이 실질적 제도 개선의 핵심 과제로 제안된다. 산업안전 관련 스타트업과의 연계, 실효성 강화를 위한 산업별 정책 차등화도 요구된다.
안전을 위한 기술, '삶을 위한 안전'으로 확장되려면
결국, 산업안전보건의 진정한 목적은 '재해 방지'를 넘어, 일터에서의 지속 가능한 인간 삶을 보장하는 것이다. 시민 개개인은 노동안전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고, 기업은 기술도입 외에도 안전문화 조성과 내부 소통구조 개선이라는 ‘보이지 않는 혁신’을 병행해야 한다. 정책 설계자는 규제가 아니라 예방 강화의 파트너로 산업계와 협력할 필요가 있다.
기술의 진보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사람이 우선’임을 잊지 않는 것. 이것이 산업 전환 시대에도 흔들리지 않을 공적 기준이자, 개인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