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식물에게 배우는 농업 생존 전략

기후위기 시대, 농작물은 얼마나 견딜 수 있는가?
– 사막 식물에서 배우는 고온 적응력과 미래 농업의 생존 전략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는 지금,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는 식량 생산의 불안정성과 품질 저하라는 매우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작물의 생육은 점점 더 극심해지는 폭염 속에서 위협받고 있으며,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던 기온에서도 안정적으로 버틸 수 있는 ‘초고온 내성 작물’ 개발이 시급해졌다. 그런데 최근, 미국 미시간 주립대 연구진은 캘리포니아 데스밸리의 혹독한 기온, 섭씨 49도 이상에서도 오히려 빠르게 자라는 식물, 티데스트로미아 오블롱리폴리아(Tidestromia oblongifolia)의 생존 메커니즘을 분석하며, 이를 통해 농업의 지속 가능한 돌파구를 제시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 정말 미래에도 안전할까?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는 시대,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품종 개량도, 단순한 대응도 아닌—자연에서 살아남은 ‘진정한 생존자’로부터 배운 전략이다.

뜨거울수록 더 빠르게 자라는 식물의 비밀

데스밸리 여름 기온은 화씨 120도, 즉 섭씨 49도를 훌쩍 넘긴다. 대부분의 작물은 몇 시간도 버티지 못하는 극한 조건에서 T. oblongifolia는 오히려 성장을 가속화하고 이산화탄소 고정을 지속한다. 연구에 따르면 단 10일 만에 바이오매스(식물체량)를 3배 증가시켰으며, 고온 노출 2일 만에 광합성 최적 온도를 섭씨 45도로 끌어올리는 적응력을 보였다. 이는 지금까지 확인된 모든 주요 작물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이 식물은 고온 조건에서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에너지 생산 기관)를 엽록체 가까이로 이동시키고, 엽록체를 ‘컵 모양’으로 재구성한다. 이 형태 변화는 광합성 효율을 높이고 이산화탄소 재순환을 가속함으로써 에너지 생산을 유지한다. 하루 만에 수천 개의 유전자가 발현을 조절하며 세포 손상을 방지하는 단백질과 막 안정화 인자를 생성하고, 광합성 핵심 효소인 루비스코 액티베이스(Rubisco activase)의 생산을 증가시킨다.

생태계 적응 전략을 농업에 적용할 수 있을까?

세계 식량농업기구(FAO)는 2050년까지 기후변화로 인해 곡물 생산량이 10~25%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밀과 옥수수처럼 인간 의존도가 높은 작물일수록 온도 변화에 민감하며, 이미 중위도 지역에서 수확량 감소가 관찰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벼, 옥수수, 아라비도프시스와 같은 모델 식물을 중심으로 한 연구가 주류였지만, 이제는 거친 환경에 오랫동안 적응해온 ‘야생 식물’로부터 배우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T. oblongifolia는 이를 증명하는 대표 사례다. 현장 중심·시스템 생물학 기반의 방식으로 식물의 내성 구조를 밝히면, 궁극적으로는 현재의 주요 식품 작물에 고온 적응 유전자를 도입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이는 단순히 ‘품종 개량’이 아닌, 극한 환경에 대한 ‘종합 생존 전략’을 재설계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농업의 미래, 이제 우리가 행동할 차례다

지금 한국은 이상기후, 가뭄, 경기 남부와 논산 지역의 폭우 피해 등으로 점점 작물의 생산과정이 불안정해지고 있다. 자연에서 살아남은 종의 생존 전략은 새로운 기술 개발만이 아니라, 농업 전반의 기후 적응력 확보를 위한 지속 가능한 농법 확산으로 이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국내 적응형 유전자원 보존 및 연구 확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유기농 및 자연농법 도입 ▲정밀농업과 기후예측 농법의 확대 ▲지역 농산물 소비를 통한 식량 체계의 탄력성 강화 등이 그 해법이다.

또한 소비자 역시 지역 유기농 농산물 구매, 농민직거래 플랫폼 활용, 로컬푸드 마켓 이용, 농업 정책의 기후 교차 영향에 대한 의사 표현(청원ㆍ투표 참여 등)을 통해 이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 그 첫걸음은 지금 우리의 식탁에서 시작된다.

건강한 식량 시스템의 미래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티데스트로미아처럼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람과 농업이 함께 진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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