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농업의 붕괴 신호, 우리 농정은 안녕한가? – 농업 안전망 흔드는 농정 인프라 위기와 지속가능한 해결책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 정말 안전할까요? 식탁 너머에는 수많은 농민과 농촌 공동체, 그리고 정부의 지원 체계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최근 미국 농업 정책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농업 서비스국(FSA)의 인력 붕괴 사태는 농업 현장의 심화된 위기를 그대로 드러냅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닌, 실질적으로 지속 가능한 식량 체계 전반을 흔드는 근본적 경고입니다. 지금껏 산업화 중심의 농정이 키운 회색 농업은 기후위기, 생태계 파괴, 지역사회 붕괴에 직면했고, 이번 미국 USDA 조직 개편도 그 한 단면일 뿐입니다.
우리는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알아야 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1. FSA 인력 붕괴가 의미하는 농업 체계의 위기
올해 2025년 들어 미국 농업 서비스국(FSA)은 단 8개월 만에 무려 1,200명이 넘는 직원을 상실했습니다. 전체 인력의 12%가 탈출했고, 그중 674명은 지역 사무소 기반의 FSA 카운티 직원이었습니다. 이들은 단지 행정 업무를 하는 공무원이 아닙니다. 재해 긴급자금, 농업보조금, 친환경 전환 프로그램을 현장에서 직접 담당하는 중추 역할을 합니다.
문제는 이 탈진이 2025년 행정조직 개편을 계기로 더욱 가속화된다는 점입니다. 미국 농민들은 현재까지도 코로나 이후 공급망의 불안, 이상기후로 인한 작황 피해, 가격 변동성이라는 3중고 속에서 버티고 있습니다. 여기에 정부지원 창구의 붕괴는 농업인의 지속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허물게 됩니다.
2. 농업 중심의 행정 마비는 기후위기 대응 능력 상실로 이어진다
FSA는 단순히 경제적 보조를 넘어서, 미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뒷받침하는 농정 전환의 거점입니다. 농민들이 탄소 저장 가능한 농법을 도입하거나, 생물다양성을 증진하는 전환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이들 지역 사무소를 통해 전달됩니다.
따라서 전국 2,000여 개의 지역 지부가 축소되거나 인력이 결여될 경우, 친환경·지속가능 농법으로의 전환이 사실상 중단됩니다. 이는 농장의 기후 복원력은 물론, 미국 전체 식량체계의 회복탄력성까지 저해하는 치명적인 구조적 붕괴입니다.
3. 경험의 이탈, 지방 농정기반의 장기적 침식
2025년 1분기에 FSA를 떠난 직원들의 평균 근속기간은 18.6년입니다. 이는 단순한 '사람 수'의 문제가 아닙니다. 즉, 농정 지원의 축적된 지식과 지역 여건에 맞는 대응 경험이 사라진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지역 카운티 직원의 경우, 토양 특성, 농작물 주기, 지역 생태계 변화에 대한 장기적이고 정성적 정보를 갖고 있어 시스템으로 대체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이러한 전문성의 유실은 결국 지역농업의 자립 기반을 흔들고, 장기적으로는 외부 투자와 화학 비료·농약에 의존하는 비지속 가능한 고비용 농업으로의 회귀를 재촉할 수 있습니다.
4. 중앙집권적 농정 운영과 공공참여 배제의 부작용
농무부(USDA)는 이번 조직 개편을 결정하면서 농민, 지역사회, 전문가와의 사전 협의 없이 단독으로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연방 관보를 통한 공적 의견 수렴 절차를 회피했다는 점 역시 비판받고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농정은 주민 참여를 기반으로 해야 하며, 아래에서부터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구조여야 합니다.
이는 우리나라에도 유의미한 시사점을 던집니다. 고령화된 농촌 공동체, 행정의 광역화, 기후위기 대응 예산의 실효성 논란 등 구조적 병폐가 누적된 상황에서 농민 주도, 지역 기반의 농정 인프라 회복 없이 지속가능성은 불가능합니다.
5. 식량 체계 재편은 상향식 농정 전환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국제식량농업기구(FAO)는 "지역 기반의 농정 인프라와 농민 역량 강화 없이 기후위기를 넘을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FSA 인력 붕괴가 미국 전체 식량 체계를 뒤흔드는 긴급 사안이 된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지속 가능한 농업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닙니다. 이는 탄소중립을 위한 필수과제이며, 건강한 먹거리와 민주적인 식량 주권을 지키기 위한 우리 공동체의 최소한의 대응 전략입니다.
지금 이 순간도 수많은 농민은 기후 변화, 사회경제적 불평등, 행정의 부재 속에서 생태적 회복과 농업의 지속가능성 사이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행동할 때입니다.
- 가능한 한 지역에서 생산된 제철 로컬푸드를 소비하세요.
- 유기농, 친환경 인증 제품을 선택하고, 가격보다 생산 환경의 가치를 인식하세요.
- 지역농업 지원조례 제정 등 지방정부의 농정 역량 강화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지지하세요.
- 농민단체, 환경 운동 단체의 활동과 캠페인에 관심을 갖고 후원해 주세요.
- 꾸준히 관심을 갖고 보는 것이 변화의 시작입니다. 『Food for Thought』(Vandana Shiva 지음)나 다큐멘터리
등도 깊이 있는 이해를 도울 수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농업은 거창한 계획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바로 우리 식탁 위 작은 선택과 연대로부터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