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공간의 경계가 무너진다 – '모바일 전시' 시대의 시작과 변화하는 예술 소비 트렌드]
전시회는 더 이상 거대한 갤러리의 전유물이 아니다. 스마트폰 한 대만 있으면 누구나 예술작품을 만나고, 참여하고, 공유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모바일 전시’라는 새로운 문화 소비 트렌드는 세대의 경계, 공간의 제약, 시간의 한계를 모두 허물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예술을 보다 더 일상 가까이 끌어들이고 있으며, 이는 문화 산업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가속 페달로 작용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가장 중요한 변화의 흐름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 새로운 트렌드는 우리 일상과 비즈니스에 어떤 기회를 가져다줄까?
Z세대가 이끄는 초개인화 문화 향유 방식
모바일 전시 트렌드의 핵심에는 Z세대와 알파세대의 문화 향유 방식 변화가 있다. 이들은 미술관을 직접 방문하는 수동적 소비자에서 벗어나, 디지털 공간에서 능동적으로 콘텐츠를 탐색하고 큐레이션하는 주체로 떠올랐다. MZ세대의 63%는 “전시 경험 중에서 SNS 공유와 사진 촬영이 필수적”이라고 답하며, 개인화된 디지털 전시 경험과 공유 중심의 문화 소비가 ‘기본값’이 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전시 공간도 더 이상 ‘작품 위주의 공간’이 아닌, 나 자신을 담아내고 이야기할 수 있는 ‘개인 브랜드의 무대’로 인식된다.
XR 기술이 바꾸는 전시의 물리적 경계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MR(혼합현실) 등 XR 기술의 발전은 전시의 개념 자체를 '현실 확장형 경험'으로 바꾸고 있다. 예를 들어, 소셜 네트워크 상에서 유명 전시 작품을 직접 체험하는 ‘스냅 전시’, 건물 벽면이나 거리에서 펼쳐지는 ‘도시형 AR 전시’ 등이 등장하면서, 예술은 이제 특정 장소에 머무르지 않는다. 네이버 Z의 ‘제페토’나 리니어 스페이스의 ‘디지털 조형 아트’처럼 가상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전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러한 모바일 전시를 포함해 2028년까지 콘텐츠 산업을 168조 원까지 키우겠다는 XR 전략을 세우고 디지털 콘텐츠 기업들을 대대적으로 지원 중이다.
'본질'보다 '체험'을 중시하는 놀이형 전시 소비
오늘날 관객은 더 이상 ‘작품 감상’만을 목적으로 전시를 찾지 않는다. 전시 소비에서 가치의 중심이 ‘작품’에서 ‘체험과 놀이’로 이동하고 있다. 사운드 기반 인터랙티브 전시처럼 관객이 직접 작품의 일부가 되는 체험형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팝업스토어나 IP 기반 전시 콘텐츠도 ‘몰입 경험’이라는 키워드 아래 새로운 수익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색적인 장소에서 벌어지는 전시들은 SNS에서 빠르게 바이럴되며, 전시 그 자체가 하나의 ‘밈 콘텐츠’로 진화 중이다.
전시 산업의 디지털화와 지속가능한 문화 콘텐츠 전략
모바일 전시는 단순히 새로운 포맷의 출현이 아니라, 예술 콘텐츠 산업 자체의 지속가능성과 확장성을 확보하는 대안으로 주목되고 있다. 운영비 절감, 지역 간 문화 격차 해소, 장애인·노인 등 소외 계층의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 창출이 가능하다. 동시에 기업 입장에서도 디지털 전시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 MZ세대와의 친밀도 형성, ESG 경영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유니클로, 삼성전자, 롯데백화점 등은 이미 기술 기반 아트 전시에 대거 투자하며 이 흐름에 올라탔다.
앞으로의 문화 트렌드는 ‘디지털 문화 소비의 인프라화’라는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지금은 예술을 특별히 누리는 일부의 것이 아니라, 누구나 일상 속에서 가볍게 연결될 수 있는 ‘서비스’로 구현하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전시를 새로운 마케팅 채널 혹은 고객 경험의 장으로 활용하려는 브랜드라면, 지금 이 흐름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결합한 모바일 체험 콘텐츠, AR 기반의 사용자 참여형 이벤트, 메타버스를 활용한 커뮤니티 확장을 고민해볼 시점이다. 동시에 일반 소비자들도 이러한 트렌드를 통해 더욱 풍요롭고 창의적인 일상을 설계할 수 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선택은 지금 우리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