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페르소나, 정체성의 진화가 이끄는 소비의 새로운 패러다임 – 디지털 세대의 자아 실험이 가져올 기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사라지는 시대, 우리는 점점 더 다양한 ‘나’로 살아가고 있다. 밀레니얼과 Z세대, 그리고 디지털 원주민인 알파세대까지, 이들 세대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트렌드 중 하나가 바로 '멀티페르소나(Multi-persona)'다. 개인이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정체성을 선택하고 표현하는 현상은 단순한 일시적 패션이나 마케팅 용어를 넘어, 미래 사회의 문화적·경제적 질서를 바꾸는 강력한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하나의 브랜드, 하나의 직업, 하나의 성격만으로 자신을 설명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나의 다중화' 트렌드는 우리 사회와 비즈니스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있을까?
- “나”는 하나가 아니다 – 멀티페르소나 시대의 도래
멀티페르소나는 개인의 다양한 층위의 정체성이 디지털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확장되며 나타나게 된 결과다. 과거에는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하나의 일관된 자아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인스타그램에서는 힙한 셀럽, 직장에서는 성실한 직장인,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프로게이머 같은 ‘다중의 나’가 하나의 삶에 공존하는 시대다. 이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분석에서도 확인된다. 그들은 멀티페르소나를 "상황에 따라 자신을 유연하게 조합해 표현하는 새로운 방식의 자기 브랜딩"으로 정의하며, 특히 Z세대의 73%가 자신을 복수의 인격으로 규정하는 데 거부감이 없다고 응답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 소비가 곧 정체성이다 – 브랜드 전략의 재설계가 시급한 이유
멀티페르소나 트렌드는 소비 행태 변화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이제 소비자는 자신의 다양한 정체성에 따라 제품을 선택하고, 같은 사람이 다른 시간에 서로 다른 브랜드를 소비한다. ‘이중 소비자(loyal-switcher)’의 확산은 기존 충성도 마케팅의 붕괴를 의미한다. 브랜드는 이제 "너는 누구니?"를 묻는 대신 "지금 너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라고 질문해야 한다. 실제로 패션업계에서는 다양한 라인업으로 소비자의 자아를 구현할 수 있는 브랜드가 각광받고 있다. 유니클로는 라이프웨어라는 이름으로 캐주얼과 포멀을 동시에 소화하고, 구찌는 2023년 SS 컬렉션에서 '다중 자아'를 컨셉으로 잡아 자아실현 욕구를 반영한 바 있다.
- 디지털 페르소나의 산업적 확장 – 아바타, 가상 아이돌, 그리고 나의 또 다른 얼굴
멀티페르소나는 디지털 아바타, 가상 인플루언서, 그리고 나만의 페르소나 제작 툴 등으로도 확장된다. 네이버의 제페토, 메타의 호라이즌 월드 같은 가상 플랫폼은 아예 사람들에게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 주는 공간으로 진화 중이다. 이 안에서는 현실보다 더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나 혹은 완전히 다른 존재로 살아갈 수 있다. AI 기반의 페르소나 생성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특히 GPT 기반의 캐릭터 생성 서비스는 나와 비슷하지만 다른, 새로운 나를 만들 수 있는 길을 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교육, 상담, 취업 준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다.
- 정체성 유연성에 대한 사회적 재정의 필요
하지만 멀티페르소나가 만드는 정체성의 유연함은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진정성’과 ‘정체성’의 경계가 흐려지며, 심리적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매번 어떤 페르소나를 취해야 할지 고민하는 Z세대의 일상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고 진단한다. 미래 사회에서는 ‘진짜 나’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보다 ‘지금 나는 어떤 나를 선택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이 더 중요해질지도 모른다. 이는 교육, 심리, 조직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정체성의 의미를 재정립해야 함을 의미한다.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 나, 그리고 그런 사용자들을 이해해야 하는 브랜드. 멀티페르소나 트렌드는 단순한 개인의 선택 변화가 아닌, 정체성 논의의 혁신적 재구성이며 강력한 산업적 기회이기도 하다. 이 현상을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더욱 자유롭고 유연하며 포용적인 미래 문화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당신은 언제 어떤 나로 살아가고 있나요?" 그리고 기업이라면 다시 물어야 한다. "어떤 나들이 우리와 연결될 수 있을까?"
⚡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실천 팁:
- 지금 운영하는 SNS 계정 또는 브랜드 전략에 다양한 ‘자아’가 담겨 있는가 점검해보자.
- 제품, 서비스, 콘텐츠 기획 시 ‘하나의 정답’이 아닌 다층적 정체성을 고려한 시나리오 설계를 시도하자.
- Z세대 및 알파세대 타깃 마케팅에서는 일관성보다 '정체성 스위칭'의 흐름을 디자인하는 것이 핵심이다.
멀티페르소나는 단지 미래가 아닌,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지금의 현실이다. 누구보다 빠르게, 누구보다 깊이 있게 그 흐름을 읽는 이들이 내일의 기회를 잡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