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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림센터, 장애 예술의 유통과 자립

누림센터, 장애 예술의 유통과 자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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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예술의 유통 사각지대 – 예술성과 일자리 사이에서 정책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장애 예술인의 작품이 유통되고 전시되는 기회는, 단지 '전자적' 혹은 '전시적' 가시성을 넘어서 인간 존엄성과 경제 참여권이라는 두 핵심 축 위에 놓인다.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누림이 최근 추진한 ‘누림 Art&Work’ 유통협력 공모 사업은 이러한 맥락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 사업은 단순한 공모전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장애 예술가의 예술활동이 ‘사회적 참여’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실질적 진검다리를 제공하는 정책 실험이기 때문이다.

예술과 복지가 만날 때 – 장애인의 ‘활동 중심’ 복지 패러다임

장애 예술 품 유통 협력 공모는, 경기도 내 (예비)장애 예술인의 미술작품을 모집하고, 해당 작품을 관리·유통할 전문 사업자도 함께 선발해 공식 전시장 및 공공기관과 연계하겠다는 내용이다. 작품 선정자는 외부 전시, 온라인 갤러리, 홍보 연결 등 실질적인 창작 활동 기회를 얻게 된다. 여기에 전문 유통사가 연결되어 작품 보관·운송·관리와 같은 후방 지원을 담당하는 구조까지 갖춰졌다.

이러한 접근은 과거 복지서비스가 단지 생존 지원이나 수혜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었다는 문제의식에 기반한다. 특히 예술 분야의 경우, 예술성 자체는 인정되지만 유통 시장에서는 ‘소외 계층’이라는 낙인이 존재한다. 공적 예산이 투입되더라도 예술 활동의 자생성과 장기적인 경로 확보가 어려운 이유다.

현장의 간극 – 예술성 vs 지지 기반

장애 예술인의 창작 역량은 결코 예술 외적 장애 요인에 의해 제한될 필요가 없지만, 현실은 인식과 유통 플랫폼의 부재 사이에서 예술성과 시장성이 왜곡되고 있다. 특히 사업 신청 대상이 도내 (예비)장애 예술인에 국한되고, 선정 작품 수가 150점, 유통 사업자도 1곳으로 제한된다는 점에서 물리적·제도적 제약도 여전하다.

한편, 일부 복지 전문가나 시민사회에서는 "장애인 예술의 관람과 소비를 통한 사회적 의제화"를 반기는 한편, 유통 주체가 여전히 공공기관 중심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자립의 가능성에는 의문이 남는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실제로 장애 예술 인프라는 서울 등 수도권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으며, 지방으로 갈수록 창작·전시 기회 자체가 부족하다.

해외 사례가 주는 통찰 – 통합적 프레임워크의 필요

유럽연합(EU)은 ‘문화의 사회적 포용’ 프레임워크 아래 장애인, 이민자, 저소득층 청소년 등 문화소외 계층을 포괄하는 예술 참여 프로그램을 장기적으로 운영해오고 있다. 호주 또한 ‘National Arts and Disability Strategy’를 통해 예술 활동이 장애인의 소득 수단이자 자존감 회복의 통로가 되도록 지원 시스템을 세분화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지원은 점진적으로 늘고 있지만, 여전히 복지와 예술, 고용이 개별 부처 단위에서 단절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장애 예술인의 지속 가능한 경력 관리 체계가 부족하다. 예술이 직업이 되는 사회적 완결성을 확보하려면, 단기 프로젝트성과가 아닌, 시·도별 문화-복지-고용 협력체 구상이 필요하다.

예술을 넘어 자립의 언어로

누림센터의 이번 공모는 예술을 수단이자 삶의 방식으로 여기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장애 예술 역시 하나의 직업 세계로 보겠다는 공공의 메시지가 이 사업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도는 시작이고, 중요한 것은 연속성이다.

우리는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사업이 끝난 이후, 참여 예술인들은 어떤 경로로 연결될 수 있을까?" "유통사 한 곳에 의존하는 모델이 아닌, 민간 기업이나 대중 참여 모델이 추가되는 가능성은 없을까?" "장애 예술인을 소비자이자 생산자로 보는 통합 문화 전략은 왜 여전히 선언에 그칠까?"

장애 예술의 유통 활성화는 단순히 시혜가 아닌, 복지 정책의 진화를 상징하는 장면이다. 그것은 참여와 공존의 경계를 넓히는 일상이자, 미적 표현이 사회적 권리로 확장되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 시민들은 지역 내 전시 공간에서 장애예술 작품을 관심 있게 찾는 작은 실천을 할 수 있고, 기업과 정책당국은 조례·예산·조직의 유연한 개편을 통해 제도적 기반을 넓힐 수 있다.

지속가능한 장애 예술 생태계란 단지 전시회장의 조명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이 장애와 예술, 일자리를 동일한 존엄의 언어로 말하기 시작하는 순간에 비로소 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