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위기 시대, 농약 없이 농업이 가능한가? – 지속 가능한 먹거리 체계로 가는 길에서의 선택
지구적 기후 재앙과 생물다양성 붕괴 앞에서, 우리의 식량 시스템은 중대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매일 섭취하는 밥상 위의 농산물이 과연 얼마나 안전한지, 그 생산 과정이 토양, 수질,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할 시간입니다. 최근 미국 농화학업계의 대표단체인 CropLife America와 Pesticide Policy Coalition이 강조하고 있는 '농약 접근권 보호' 논의는, 농업의 효율성과 환경 보전을 둘러싼 첨예한 이해 충돌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현재 산업 중심 농업 체계가 지닌 환경적 한계와, 진정으로 지속 가능한 농업 전환의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자 합니다. 나아가, 건강한 식량 주권을 지켜나가기 위한 시민의 실천 방안까지 함께 제안합니다.
❶ 농약 의존형 농업 시스템의 근본적 딜레마
CropLife America는 최근 성명을 통해 작물 보호를 위한 농약 사용이 ‘안전하고 저렴한 식량 공급’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환경과 공중보건 측면에서 많은 반론을 낳고 있습니다. 미국 EPA에 따르면 매년 10억 파운드 이상의 농약이 미국에서 사용되며, 그중 상당량이 토양 오염과 수질 악화의 원인이 됩니다. 또한 WHO는 전 세계적으로 연간 약 38만 건의 농약 중독 사례가 발생하며, 그중 다수가 소농과 농촌 지역 커뮤니티에 집중되어 있다고 지적합니다.
농약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체계는 단기 수확량 확대에는 기여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토양 미생물의 감소, 해충의 저항성 증가, 생태계 파괴 등 회복하기 어려운 손실을 유발합니다.
❷ ‘식량안보’ 명분의 산업적 재구성
CropLife America는 올해 미 행정부와 의회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로비에 나서며, 농약 규제 강화가 미국 식량자급률 저하 및 가격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식량안보’를 산업화된 농약·종자 기업의 경제적 안보로 치환하는 접근은 주의 깊게 검토되어야 합니다. 실제로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는 다각화된 지역 기반 식량 체계와 소규모 유기농이 재난 상황에 더 강하며, 탄소 발자국도 훨씬 적다는 보고서를 다수 발간한 바 있습니다.
즉, 단순 수출입 논리에 갇힌 농업은 기후변화나 국제 분쟁 등 위기 상황에서 훨씬 더 취약합니다.
❸ 생태농업으로의 전환은 가능한가?
세계 각국은 이미 토양 회복력 강화와 생물다양성 보존을 중심으로 새로운 농업 모델 실현에 나서고 있습니다. 브라질과 인도에서 확산 중인 ‘재생농업’(regenerative agriculture)은 화학비료·농약 사용을 줄이고 식물 다양성을 회복시키는 방식입니다. 유럽연합은 ‘팜 투 포크 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농약 사용 50% 감축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23년 기준 전체 농지 중 약 4.7%가 친환경 농업으로 전환되었으며, 정부의 제4차 친환경농업 육성계획이 시행 중입니다.
국립농업과학원 보고서에 따르면 유기농 작물 생산성은 초기 3년간 다소 낮지만, 이후 병해충 저항성과 수확 안정성이 높아져 10년 장기 지속 가능성 면에서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❹ 시민과 소비자의 역할: 밥상 위의 선택이 곧 정치다
지속 가능한 먹거리 체계 구축은 정부와 기업만의 역할이 아닙니다. 소비자의 선택은 곧 생산 구조를 바꾸는 힘이 됩니다. 지역에서 생산된 제철 농산물 구매, 유기농 및 무농약 인증 제품 이용 확대, 도시농업과 커뮤니티 가든 참여, 식생활 교육 프로그램 후원 등은 우리의 식량 체계를 회복력 있게 만들 수 있는 구체적인 선택입니다.
또한 국제 환경단체 PAN(국제농약행동네트워크)은 안전한 농산물을 요구하는 시민 청원과 캠페인이 실제로 각국의 농약 규제 정책을 강화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보고합니다.
지구의 건강은 토양에서 시작됩니다. 산업 농업만이 유일한 해답은 결코 아니며, 더디더라도 회복력 있고 생태계와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미래세대를 위한 가장 책임 있는 길입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합니다. 식탁 위의 작은 변화로, 기후와 생명의 순환 고리를 살리는 것입니다.
📌 [지속 가능한 먹거리를 위한 오늘의 실천 가이드]
- 로컬푸드 직거래 장터를 정기적으로 이용해보세요.
- 제품 구매 시 ‘유기’, ‘무농약’, ‘GMO 프리’ 인증 마크를 확인하세요.
- <키싱 더 그라운드>, <우리의 밥상은 어디서 왔을까>와 같은 농업 다큐멘터리를 시청하거나 지역 커뮤니티 독서모임에 참여해보세요.
- 친환경 농업 단체에 후원하거나 정책 청원에 참여하세요.
- 학교·지역사회에서 식생활 교육 프로그렘을 제안해보세요.
건강한 밥상이 곧 지속 가능한 지구입니다. 오늘의 선택이 내일의 생명을 지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