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우리 밥상은 안전한가?
- 농학 환경 연구원이 짚는 농업의 지속 가능성과 실천적 전환 전략
우리가 매일 먹고 있는 식탁 위 음식은 과연 얼마나 안전할까요? 기후 변화, 환경오염, 생물 다양성의 붕괴… 현재의 농업 시스템이 만든 위기는 우리의 건강과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화학비료와 농약에 의존하는 산업형 농업은 지난 50여 년간 엄청난 농산물 생산량 증가를 이뤘지만, 동시에 토양을 죽이고 수질을 오염시키며 기후위기를 가속화해 왔습니다. 이제는 단순한 '먹거리 생산'을 넘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우리의 생명을 지켜야 할 시점입니다.
현대 농업이 초래한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국내외에서 성공적으로 실천되고 있는 지속 가능한 농법의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우리는 무엇을 바꿔야 하며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해 봐야 합니다. 이 글은 농업의 환경적 영향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토대로, 안전한 먹거리와 건강한 생태계 회복을 위한 실천 과제를 제안합니다.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 기업형 산업농업
농업은 지구 온난화의 핵심 원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농식품 시스템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4%를 차지합니다. 특히 화학비료 생산과 대규모 축산, 과도한 경운 등은 토양 속 탄소를 대기 중으로 배출하게 만들어 기후위기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며, 기후변화에 취약한 작물 중심의 농업 구조는 곧 식량 안보의 위기로 직결될 위험이 있습니다.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한 농법’이 결국 우리 생존의 기반을 파괴하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토양과 수질을 파괴하는 농약 의존
한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농약 다사용 국가 중 하나입니다. 농촌진흥청 통계에 따르면 국내 농약 사용량은 헥타르당 약 11kg으로, OECD 평균의 2배 이상입니다. 이로 인해 하천과 지하수의 오염이 심각하며, 농약 잔류가 남아 있는 농산물은 소비자 건강까지 위협합니다. 또한 과도한 농약 살포는 곤충, 지렁이, 미생물 등의 생태계를 악화시켜 토양 비옥도를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낳고 있습니다. 환경부 조사에서는 전국 1,179개 하천 가운데 38%에서 농약계 오염물질이 검출됐습니다.
생명의 토대, 토양이 죽어가고 있다
화학비료, 단작(單作), 심경(深耕) 농법 등 산업 농업의 일반적 관행은 전 세계적으로 토양 유기물 함량을 감소시키고 있습니다. 유엔이 경고한 바에 따르면, 지금의 토양 파괴 속도가 계속된다면 60년 내 인류는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토양을 잃게 됩니다. 국내 쌀 경작지의 경우, 최근 10년간 토양 유기물 함량이 평균 0.5% 이상 줄어든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토양은 단순한 흙이 아니라, 수천 종의 미생물이 살아 있는 ‘생물 다양성의 보고’로, 건강한 토양 없이는 어떤 안전한 식량도 만들 수 없습니다.
지속 가능한 농업, 이미 세계는 움직이고 있다
희망은 존재합니다. 일본의 '자연농법', 유럽 전역의 '유기농 인증제', 스위스의 ‘정밀농업 시스템’ 등 다양한 지속 가능한 농법이 각국에서 실제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독일은 2030년까지 전체 농지의 30%를 유기농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프랑스는 '지역 농산물 우선 소비법'을 통해 식량 시스템의 지역화를 추진 중입니다. 이들 농법은 생산량에서 일시적 손해가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생태계 회복, 토양 회복, 소비자 건강보호 측면에서 지속 가능성과 경제적 이득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변화는?
지속 가능한 농업은 정부와 농민만의 몫이 아닙니다. 소비자인 우리가 선택을 통해 바꿀 수 있습니다. 우선 로컬푸드 소비를 확대하고, 유기농·무농약 인증 제품을 우선 선택하세요. 마트 대신 직거래 장터, 학교·직장에서의 로컬푸드 꾸러미, 친환경 급식 도입 확대 등 지역 기반의 먹거리 순환 체계에 대한 지지가 필요합니다. 또한, 기후위기대응 농정 전환, 친환경농 지원 강화같은 정책에 관심 갖고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한 시민의 역할입니다. ‘우리 아이들 식탁이 안전한가’라는 질문에서 이제는 ‘우리가 토양을 살릴 수 있는가’를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보다 깊이 있는 정보가 필요하다면 FAO의 <지속 가능한 농업 개요 보고서>, 다큐멘터리 <푸드 인크(Food Inc.)>, <우리의 먹거리 미래(Eating Tomorrow)>와 같은 자료들을 참고해 문제의 본질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매일의 식사 선택으로 농업 시스템을 바꿀 수 있습니다. 건강한 밥상은 건강한 농법에서 시작됩니다. 지금 우리의 '먹는 행동'이 기후와 생명에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 다시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