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앞에 무너지는 식량 자립 – 농약 공화국에서 지속 가능한 밥상을 위한 전환이 시급하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 정말 안전할까요? 그리고 미래 세대에게 건강한 토양과 깨끗한 물을 물려줄 수 있을까요? 오늘날 한국의 먹거리 체계는 산업화된 농업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과도한 농약 사용과 외국산 GMO 농산물 수입, 기후변화로 인한 작물 안정성 문제, 그리고 식량 자급률 급락이라는 중대한 환경·사회 문제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주요 식량 작물의 4대 품목(밀, 콩, 옥수수, 쌀) 가운데 쌀을 제외한 나머지를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곡물 전체 자급률은 2022년 기준 19.3%, 그중 식량 자급률은 단 44.4%에 그칩니다. 이는 식량 주권을 포기하고 외부 의존에 내맡긴 상태임을 의미합니다.
⦿ 농약 사용 세계 최상위 수준 – 생태계와 먹거리의 이중 위협
한국은 2019년 기준 농약 사용량에서 세계 3위를 차지했습니다(FAO). 헥타르당 사용량은 11kg으로, 이는 독일(3.4kg)의 세 배가 넘는 수준입니다. 농약 과다는 곤충과 미생물 등 토양 생태계를 파괴하고, 비산되는 유해물질은 수질 오염과 생물다양성 위협으로 확산됩니다. 지속 가능한 농업은 생태계 균형을 기반으로 하지만, 현재 농업 방식은 단기적 수확을 위해 장기적 생태 안정성을 포기한 구조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는 작물이 우리의 식탁을 채운다는 사실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토양학자인 김기범 박사는 “지금처럼 농약이 과도하면 곤충은 물론, 토양 속 유익균도 지속적으로 파괴돼 결국 작물 자체가 병약해진다”고 경고합니다. 그 결과는 더 많은 농약 의존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입니다.
⦿ 기후위기와 작물 안정성 붕괴 – 이상기후에 무너지는 농업 현장
지난 몇 년 동안 여름 폭염, 집중호우, 봄철 가뭄 등 이상기후가 반복되며 노지작물의 안정적 생산이 불가능해졌습니다. 특히 양파, 마늘, 고추 같은 주요 작물이 해마다 작황 불안정을 겪고 있습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23년 노지 고추가 전년 대비 26% 생산 감소를 기록하며 가격이 폭등했고, 이는 가계 부담으로 직결됐습니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는 기후위기 심화 시 한국의 곡물 생산량이 2050년까지 최대 30%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물가 상승이나 생산 차질 문제가 아닙니다. 식량 공급망 전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 유전자변형작물과 식량 의존 – 소비자는 선택권이 없다
현재 국내에서는 GMO 표시제가 크게 허술해, 수입 콩·옥수수로 만든 가공식품이 일상적으로 유통되고 있습니다. 국민 대다수는 자신이 먹는 음식 속 유전자변형 원재료의 존재조차 인식하기 어렵습니다. 한국은 주요 사료 곡물인 수입 옥수수와 콩의 90% 이상을 GMO로 수입하고 있으며, 가축 사료를 통해 간접 소비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GMO 작물은 기업 중심의 종자 독점과 농민의 자립성을 약화시키는 구조를 강화합니다. 세계 식량시장을 장악한 다국적 작물 기업들은 유전자특허로 농민의 선택권을 제한하며, 이로 인해 농가의 부담은 커지고 지역 품종 다양성은 사라지고 있습니다.
⦿ 지속 가능 농업의 가능성과 전환 사례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희망은 있습니다. 전북 고창의 한 친환경 농가에서는 자연농법을 활용해 연중 다양한 작물을 수확하고 있으며, 병해충 피해도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화학농약 대신 천연 유인제와 혼작 구조를 통해 생태계 회복력을 강화하였습니다.
또한 OECD 보고서(2023)는 지속 가능한 농업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단기 생산성은 약간 떨어질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토양 보존·수질 개선·기후 대응력 향상 등 다양한 혜택을 가져온다고 분석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지역 유기농 농산물을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이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지속 가능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농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직시하고, 건강한 밥상을 위해 지금 무엇을 바꿔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세계는 급변하고 있고, 우리의 밥상이 그 충격을 흡수하고 있습니다. 수입 농산물에 기댄 불안정한 먹거리 체계를 안전하고 자립적인 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실천이 필요합니다. 지역 로컬푸드 직거래 장터 이용, 인증받은 친환경 농산물 구매, GMO 표시제 개정을 위한 서명 참여, 지속 가능한 먹거리를 위한 시민단체 캠페인 후원 등은 일상에서 가능한 행동입니다. 깊이 있는 학습을 원한다면, 다큐멘터리 <씨앗: 생명의 원천>이나 책 『씨앗 바꾸는 사람들』 등을 추천합니다.
우리의 밥상은 곧 우리 환경입니다. 이 연결고리를 기억하며, 다음 식사부터 작은 실천을 시작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