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우리 밥상은 안전한가? – 농학 박사가 경고하는 무분별한 농약 사용과 지속 가능한 먹거리의 해법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 정말 안전할까요? 화려한 외관과 높은 수확량 뒤에 숨겨진 농업 환경의 비극이 조용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농약 사용량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토양과 수질의 오염, 생물다양성 붕괴, 그리고 인간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농약 사용 밀도는 OECD 평균의 4배에 달하며(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2022), 이에 따라 지속 가능한 농업 전환의 시급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습니다.
농업은 식량을 생산하는 산업을 넘어, 환경을 형성하고 생태계를 유지하는 근본적인 기반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화학농업 중심 시스템은 그 역할을 외면한 채 오히려 기후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는 미래세대에게 건강한 토양과 깨끗한 물, 안전한 밥상을 물려줄 수 있을까요?
지속 가능한 먹거리 체계로의 전환은 단순한 선택이 아닌 시대적 필요입니다. 지금부터 그 방향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핵심 이슈를 살펴보겠습니다.
무분별한 농약 사용, 생태계와 건강을 위협하다
전 세계적으로 농약 사용량은 지난 30년간 75% 이상 증가했으며, 이 중 다량이 필요 이상 사용되어 다시 자연으로 되돌아가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대표적인 고농약 사용국으로, 단위면적당 농약 사용량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이런 과도한 농약 살포는 토양 미생물을 죽이고, 하천으로 흘러들어가 수질을 오염시키며, 결국 먹이사슬을 따라 인간의 몸속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최근 연구(Wiley Journal of Applied Ecology, 2023)에 따르면, 일부 제초제의 잔류 성분이 토양 내 질소순환을 방해하고 토양 비옥도를 급격히 낮추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는 결국 장기적으로 농민의 생산성까지 약화시키며 악순환을 불러옵니다.
기후변화와 농업 간의 악순환 고리
농업은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전 세계 온실가스의 약 24%는 농업 및 토지 이용 변화에서 발생하며, 특히 온실가스 다배출 농자재인 질소비료, 화석연료 기반 농기계 등의 사용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FAO, 2022). 문제는 이러한 기후변화가 농업에 다시 영향을 준다는 점입니다. 이상기후로 인해 작물 재배 환경이 급격히 바뀌고 있으며, 이는 더 많은 농약과 비료 사용을 초래해 환경 악화를 가속화시키고 있습니다.
생물다양성 손실로 인한 식량 시스템 붕괴 위험
최근 세계자연보전연맹(IUCN)는 ‘토종 꿀벌의 절반 이상이 농약 중독과 서식지 파괴로 서식지를 잃고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했습니다. 토양 생물부터 꿀벌, 두더지, 작은 곤충 등은 건강한 농업 생태계를 유지하는 핵심 동력입니다. 이들이 사라지면 자연 수정, 토양 환원, 해충 조절과 같은 생태적 서비스가 사라지며 농업 기반이 무너지게 됩니다. 지속 가능한 농업은 생물다양성 보존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현재의 농업 모델은 이와 정면으로 배치돼 있습니다.
정밀농업과 유기 순환농법의 대안 가능성
농업 선진국에서는 지속 가능한 해결책으로 정밀농업과 유기순환농법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유럽연합과 미국 일부 주는 인공위성과 드론을 활용한 정밀농법을 통해 농약 사용을 50% 이상 줄였고, 수분·영양 조절까지 자동화하며 생산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충족시켰습니다. 한편 일본과 독일의 일부 협동조합 농가는 지역 내 가축 분뇨를 활용해 퇴비를 자급함으로써 화학비료 의존도를 낮추고 순환형 농업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하향식 정책보다는 풀뿌리 농민과 소비자 참여를 통해 가능했습니다.
소비자의 선택이 농업을 바꾼다
우리가 마트에서 선택하는 한 송이의 토마토, 한 봉지의 상추가 큰 변화의 단초가 될 수 있습니다. 친환경 인증 농산물 소비는 단순한 개인 건강 선택을 넘어서 농민의 지속가능한 생산 기반 마련, 생태계 보전, 미래 식량 안보를 동시에 지키는 실천입니다. 또한 지역 농산물(로컬푸드)을 이용하면 탄소 발자국을 줄이고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습니다. 현재 서울·경기권을 중심으로 시작된 소비자 협동조합, 로컬푸드 직매장, 도농 직거래 플랫폼에 대한 참여도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이 바로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은 분명 존재합니다. 가능한 한 친환경 또는 유기농 인증 제품을 구매하세요. 지역 농산물 직거래장터나 공정무역 제품을 이용하고, 지속 가능한 농업을 지지하는 정책과 시민단체 활동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 보세요. 관련 도큐멘터리(예: ‘킹콘’, ‘내일(Demain)’)나 책(『6도의 멸종』, 『푸드 룰스』)을 통해 시야를 넓히는 것도 좋은 출발입니다.
지속 가능한 먹거리 체계는 정부의 정책만으로는 완성되지 않습니다. 소비자로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택이 곧 미래 농업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무엇을 먹고 어떻게 소비할 것인가에 따라 지구의 내일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