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우리 밥상은 안전한가? – 농학 박사가 경고하는 농업 환경 문제와 지속 가능한 농법
우리는 매일같이 밥상에서 음식을 선택하고 소비합니다. 그러나 그 음식이 어디서, 어떻게, 어떤 환경 속에서 재배되었는지는 종종 망각하곤 합니다. ‘농업’은 단순히 먹거리를 생산하는 산업이 아닙니다. 물과 토양, 기후와 생물다양성, 우리 건강과 직결된 생명 시스템의 핵심입니다. 오늘날 농업은 생산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연 파괴의 주범이 되기도 했습니다. 세계 식량 농업 기구(FAO)에 따르면 농업은 지구상의 담수 사용량의 약 70%, 육상 생물 다양성 손실의 최대 80%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문제는 심화되고 있으며, 실태를 직시하지 않으면 미래 세대의 먹거리는 물론 생존 자체가 위협받게 됩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 정말 안전할까요? 미래 세대에게 건강한 토양과 깨끗한 물을 물려줄 수 있을까요?
농약과 비료, 과잉 사용이 가져온 생태계의 역습
기존 산업형 농업은 대량 생산과 수익성을 추구하며 화학합성 농약과 비료를 남용해 왔습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매년 전 세계에서 약 300만 톤의 농약이 사용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수질 및 토양 오염, 생물 다양성 파괴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또한 예외는 아니며, 농약의 잔류 문제는 여전히 소비자의 식탁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토양 생물의 다양성 감소는 장기적으로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며, 이는 농업의 지속 가능성 자체를 해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와 농업의 악순환 – 원인도 피해자도 농업
농업은 기후위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3%가 농업 및 임업에서 발생한다는 IPCC 보고서는, 메탄가스 배출이 많은 축산과 무분별한 벌채, 그리고 화학비료의 과도한 사용이 어떻게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지를 경고합니다. 반면, 이상기후로 인한 가뭄, 폭우, 병충해 급증으로 농민들의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2023년 한반도에도 반복된 집중호우와 고온다습한 조건으로 인해 벼 흰잎마름병과 폭염 피해가 확대되며, 수확량이 큰 폭으로 줄어든 바 있습니다.
토양의 건강이 국토의 생명력이다
지속 가능한 농업의 핵심은 바로 토양의 회복과 유지입니다. 최근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연구에 따르면, 화학비료 위주의 관행농법 토양은 유기농 토양보다 미생물 다양성이 50% 이상 낮으며, 이로 인해 토양 내 양분 순환 기능이 크게 감소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토양은 단순히 식물을 고정시키는 구조물이 아니라, 생태계의 중심이며 탄소 저장고입니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사막화되고 있는 토양은 적절한 관리와 생태 중심 농업 없이는 회복이 불가능합니다.
자연 순환을 되살리는 대안 농법의 등장
희망도 있습니다. 국내외에서 다양한 지속 가능한 농업 방식이 실천되고 있습니다. 충북 괴산의 한 유기농 단지는 10년 이상 화학농약을 사용하지 않음에도 꾸준한 수확량과 높은 품질을 유지하며, 지역 순환형 퇴비 시스템을 기반으로 생태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정밀농업(precision agriculture)이나 재생농업(regenerative agriculture) 같은 농법이 주목을 받고 있으며, 이들 농법은 토양 탄소량 증가, 물 사용량 절감, 유해 물질 감소 등 구체적인 성과를 이미 입증하고 있습니다. FAO는 이러한 방식이 세계 식량 위기를 해결할 핵심 키 중 하나라고 강조합니다.
우리의 식생활이 바꿔야 할 방향
먹거리를 소비하는 우리의 선택이 결국 농업의 변화를 이끌 열쇠입니다. 지역 친환경 농산물 구매, 제철 음식 중심 소비, 잔반 줄이기, 유기농 중심의 소비 전환은 누구라도 시작할 수 있는 실천입니다. 또한 국회에 계류 중인 친환경농업 지원 정책에 대한 지지, 농민단체나 환경단체 후원, 지역 먹거리 순환 캠페인 참여도 실질적인 행동이 될 수 있습니다. 세계가 인정한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 <우리의 식탁 위협받다> 같은 콘텐츠도 행동의 촉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농업은 더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오늘 내가 먹는 한 끼에 어떤 농업이 담겨 있는지, 그것이 지구와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는 소비를 통해 농업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우리의 밥상을 지키는 것은 곧 우리의 미래를 지키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