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농업의 재설계

기후변화, 토양 붕괴, 그리고 식량 안보의 위기 – 지금 우리가 농업을 재설계해야 하는 이유

우리는 매일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지만, 정작 그 음식이 어디서 왔고, 어떤 방식으로 재배되었는지를 깊이 생각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이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 정말 안전할까요?” 지금 세계는 기후위기와 생태계 붕괴로 인한 식량 불안정 시대에 접어들고 있고,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보도에서 드러난 농산물의 생산 기반 위협은 단순한 농업 문제가 아니라, 환경과 건강, 나아가 국가 식량 주권의 위기와도 직결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식량 자급률은 현재 45.8%(2022년 기준) 수준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며, 곡물 자급률은 18.5%로 OECD 평균(56.1%)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이 말은 우리가 매일 먹는 쌀, 밀, 콩과 같은 기본 식량의 대부분을 외국에 의존한다는 뜻이며, 기후 재해나 국제 곡물 가격 상승에 따라 공급망이 흔들릴 경우 식량 안보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뜻이다.

지속 불가능한 농업과 토양 붕괴

기사는 충남 논산시의 사례를 제시하며, 한때 풍요롭던 토지가 비닐하우스와 관행농법의 오남용으로 인해 점점 경작 불능 상태에 빠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해당 지역은 한때 전국 최대의 딸기 산지였는데, 지금은 과도한 농약·화학비료 사용으로 인해 토양 유기물 함량이 1% 이하로 떨어져 뿌리를 제대로 내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는 화학농업이 단기간 수확량 증가에는 유리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토양 생태계와 미생물 균형을 파괴하며 땅의 생명력을 앗아간다는 점을 방증한다.

FAO(유엔식량농업기구)는 전 세계 농경지의 약 33%가 이미 중대한 수준으로 토양 기능을 상실했고, 매년 2,400억 달러 규모의 농업생산성이 토양 침식으로 인해 손실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역시 농경지 면적이 줄고 있는 가운데, 토양의 질마저 급격히 악화되고 있어 심각한 대응이 요구된다.

기후위기와 수자원 고갈

기후위기로 인한 이상고온 및 가뭄은 농업 생산성과 수자원의 안정성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특히 시설원예에 사용되는 지하수는 무분별한 관정 시추로 인해 고갈되고 있으며, 충남 지역은 이미 심각한 지하수 부족 상태에 직면했다. 다수의 농가는 관정을 7~8개까지 파도 비상 상황에 대비할 물을 확보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수자원의 지속가능성 확보 없이는 농업 역시 존속할 수 없다.

수질오염과 독성의식물

비단 토양과 물 문제만이 아니다. 하우스 내부의 잔류농약, 과도한 비료 사용에 따른 수질오염도 심각한 수준이다. 논산 지역의 한 생활용수 오염 사고에서는 계곡수로 관정수를 대체하다 오히려 폐허와도 같은 수질오염의 피해를 입었다. 이는 농업이 단지 자연을 이용하는 산업이 아니라,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사회 전반의 건강과 직결된 시스템임을 각인시킨다.

대안은 지속 가능한 농업 생태계 회복

가능성은 있다. 일부 농가는 유기농법이나 작물 다양성을 도입해 토양을 회복하고 있다. 경운을 최소화하는 보전농업, 작부체계를 개선하는 순환농법, 자연과의 조화를 도모하는 자연농 공동체는 건강한 먹거리와 농업 지속 가능성 모두를 실현할 수 있는 해법이다.

국내에서는 정읍 유기농단지처럼 지역 농민과 지방정부가 협력해 지속 가능 농업 모델을 구축한 사례도 있다. 이들은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작물 사이에 공생 식물을 심어 해충을 막고 있으며, 지렁이 분변토를 활용한 퇴비 사용으로 토양 복원력을 높인다. FAO 또한 지속 가능한 농업이 기후위기 대응에서 핵심 전략이라고 강조하며, “소규모 농민을 보호하고, 지역 먹거리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식량 안보의 핵심”이라 밝히고 있다.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

결국 지속 가능한 식량 시스템은 농민만의 몫이 아닌 우리의 식단 선택과 소비 방식에도 달려 있다. 유기농, 자연재배, 로컬푸드 등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식품 라벨을 꼼꼼히 확인하며, 지나치게 저렴한 농산물 뒤에 감춰진 환경 비용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지역에서 운영하는 도시농업 참여나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 장터, 농민단체 캠페인 후원 등도 실질적인 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지하수 보호, 토양 유기물 증진, 친환경 농업 전환을 지원하는 구체적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 우리의 밥상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선택은 지금 여기서 시작된다. 책임 있는 소비자, 연대하는 지역사회, 전환을 고민하는 정부가 함께 미래의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어가야 할 때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