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속 농업의 선택 ― ‘효율’이 아닌 ‘지속가능성’을 위한 전환점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 정말 안전할까요? 농업은 인류 생존의 근간이지만, 오늘날의 대규모 산업 농업 시스템은 토양과 수질 오염, 생물 다양성 파괴, 기후변화 가속화라는 심각한 환경문제를 동반하고 있습니다. 특히 씨앗과 비료 운송 및 투입을 위한 ‘농업 기계화’는 효율성과 투자 수익률(ROI) 중심으로 진화하며 자연 생태계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최근 CropLife가 보도한 11종의 최첨단 비료 및 씨앗 운반장비들은 화학물질의 신속·대량 살포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는데, 이는 효율성의 또 다른 이름의 ‘위기’를 의미합니다.
이 글을 통해 우리는 농업 분야의 기술 발전과 환경 파괴 간의 상관관계를 짚고,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한 실천 전략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무분별한 기술 남용이 아니라, 생태적 감수성 위에 세워진 농업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시급한 때입니다.
1. ‘안전’이라는 이름의 역설 – 고성능 장비의 이면
보도에 따르면, 농업 장비 제조사들은 ‘내구성’, ‘효율성’, ‘안전성’을 핵심 가치로 내세운 씨앗 및 비료 운반 장비들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KBH의 TT2000 드라이 텐더는 한 번에 1,065세제곱피트의 비료를 운반하며, Norwood의 SST933은 분당 7,000파운드의 투입이 가능한 고속 설계를 특징으로 합니다. 이러한 장비들은 농민들에게 노동력을 절감하고 시간 당 처리량을 높이는 매력적인 선택지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이러한 장비들이 비료 및 농약의 오·과잉 살포를 조장하고 있으며, 이는 토양의 산성화, 지하수 질 악화, 생태계 교란의 직접적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UNEP(유엔환경계획)은 2021년 보고서에서 농업 화학물질 사용으로 인한 생태계 피해가 전 세계 생물다양성 손실의 24%를 차지한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즉, ‘효율성’의 추구가 곧 생태계 부채로 전가되고 있는 것입니다.
2. 지역 농민의 부담 가중과 생태 농업 소외
고가의 텐더 장비가 주로 대규모 상업농을 대상으로 설계되다보니, 중소규모 유기농 농가와 생태적 농법을 실천하는 자영농은 이 기술 발전 흐름에서 소외되고 있습니다. 농기계 사용의 표준화가 대규모 관행 농법을 제도화하는 환경을 만들고, 이는 결과적으로 지역 공동체의 토착 지식 기반 농법, 순환형 농업 모델을 약화시킵니다.
국제 식량정책연구소(IFPRI)는 2023년 보고서에서 “기계화는 식량 생산성을 일시적으로 높일 수 있지만, 그로 인해 지역 사회와 생태계 기반 농업 시스템이 붕괴될 경우 장기적으로 식량 주권이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3. 투입 최적화냐 과잉 의존이냐 – 정밀 농업의 갈림길
오늘날 농업 기계는 IoT, 위성 기술, 자동화 시스템을 결합한 ‘정밀 농업(Precision Agriculture)’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비료나 종자의 투입량을 정량화하고, 오염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 방향으로 치우치고 있습니다. 보도에 소개된 대부분의 장비는 ‘더 빠른 투입’, ‘더 많은 용량’에 초점을 두며, 정밀 제어보다는 물리적 대량 살포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정책적 개입 없이 방치될 경우 이러한 기계화는 화학적 투입의 ‘의존성’을 더욱 심화시킬 것입니다. 농촌진흥청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농경지의 49% 이상이 이미 중금속 오염 또는 유기물 부족 문제를 겪고 있으며, 이는 화학비료의 장기적 과잉사용 때문입니다.
4. 지속가능한 농업, 기술은 수단일 뿐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장비의 기능 향상보다도 ‘농업의 목적’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생태 순환 기반의 유기농업, 저투입 자연농법, 지역 중심의 협동조합 모델이야말로 지속가능한 미래 농업의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덴마크, 오스트리아 등 유럽 국가들은 정부 차원의 보조금과 기술 지원을 통해 유기농 면적이 전체 농지의 20%를 넘어서고 있으며, 이들 국가는 정밀기술을 생태농 지원 도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바로 기술은 공공선에 기여할 때 의미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할 일
지속 가능한 먹거리 체계를 만들기 위해 소비자와 시민 개개인의 선택이 중요합니다. 지역 로컬푸드 직매장 이용, 친환경 인증 농산물 소비 확대는 일상의 작은 행동이지만 큰 변화를 만듭니다. 또한, 정책적으로 친환경 농법 지원 확대, 중소농 대상 기계화 대안기술(예: 소형 정밀장비) 지원 촉구 등에 목소리를 보태야 합니다.
관련 정보나 인사이트를 얻고 싶다면, 다큐멘터리 「지구의 밥상(The Future of Food)」이나 FAO의 『Scaling Up Agroecology』 보고서를 추천합니다. 이제는 농업이 기후위기의 원인이 아닌, 해결책의 일부가 되어야 할 시점입니다. 선택은 우리 모두에게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