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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오염에 흔들리는 농업

기후위기와 오염에 흔들리는 농업

[기후위기와 중금속 오염의 이중고 – 대한민국 농업환경이 보내는 경고 신호]

우리가 매일 섭취하는 쌀과 채소, 과연 어디에서 왔고 어떤 환경에서 자랐을까? 기후변화로 인한 극단적 기상이 일상이 된 오늘날, 더 이상 건강한 식탁을 당연하게 여길 수 없다. 국내 농촌 지역 곳곳에서 수질오염, 토양 중금속 축적 등의 환경 문제들이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이는 식량의 안정성은 물론 국민 건강, 나아가 농업 생태계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 최근 한국환경공단과 환경부가 밝힌 조사 결과는 이 경고에 더해 새로운 위기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중금속 오염 – 농촌의 뿌리부터 흔드는 침묵의 재앙

환경부가 공개한 전국 공공하수처리장 하수슬러지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일부 지역의 처리장 슬러지에서 카드뮴과 납 등 중금속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됐다. 슬러지는 농경지에 퇴비로 재활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오염 성분이 사전 조치 없이 확산될 경우, 토양의 미생물 군집과 화학적 균형이 무너지고, 농작물의 생육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중금속은 쉽게 분해되지 않고 농작물에 축적되며, 장기적으로 사람의 신장, 간, 신경계 손상을 야기할 수 있다. 2020년 농촌진흥청 연구에 따르면, 중금속 오염이 주요 원인인 일부 지역 토양에서는 벼 생장이 저하된 사례도 있었다.

기후위기 속 지속 불가능한 농업 관행 병존

토양과 수질 관리 외에도 기후위기로 인한 농업환경의 불안정성이 문제를 증폭시키고 있다. 국립기상과학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한국의 평년 대비 여름 강수량은 20% 이상 증가했고, 이로 인한 홍수는 농경지 유실뿐 아니라 비료 및 오염물질의 하천·지하수 유입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도 여전히 고비용·고투입의 화학농업 방식이 우세하다는 점이다. 잦은 농약, 화학비료 사용은 생물 다양성을 해치고, 토양의 자정작용을 약화시켜 오염 확산에 더욱 취약한 구조를 만든다.

시민의 식량 안전권 vs. 행정의 사각지대

특히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는 점은, 하수처리장 슬러지가 퇴비로 활용될 시, 그에 대한 환경유해성 평가 실시 및 사후 검증 체계가 제도적으로 미비하다는 사실이다. 일부 지역 주민들은 이미 악취와 토양 오염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관련 승인 지침과 이행 감시 체계는 여전히 불충분하다. 이는 곧 소비자로서 우리가 선택하는 먹거리의 이면에 존재하는 국가적 식량안전 시스템의 허점을 의미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깨끗한 물과 건강한 토양은 지속 가능한 먹거리 시스템의 절대적인 기반”이라며 “행정 및 소비자 수준의 공공 감시 역량 강화가 식량 주권의 핵심”임을 강조한다.

친환경 농업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희망적인 점은 국내에서도 일부 지자체와 농민 단체 주도로 슬러지 재활용의 환경 위해성에 대한 조사와 친환경 관리 지침이 점차 도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북 익산시는 민관합동으로 슬러지 성분 검사를 의무화하고, 유기순환 농업인증제를 통해 토양과 퇴비에 대한 사전·사후 검증 체계를 강화하였다. 유기농, 자연순환농법, 정밀농업 도입은 경작지의 탄소저감과 토양 생태계 회복에 매우 유효하다는 연구 결과도 잇따르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2022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속 가능한 농법을 적용한 농지는 일반 농법 대비 평균 15% 이상의 토양 유기물 함량 증가율을 보였다.

지속 가능한 식탁을 위한 우리의 역할

기후위기와 산업화된 농업 시스템의 이중공격 속에서, 건강한 밥상의 미래는 제도적 개혁과 더불어 시민 사회의 인식 변화에 달려 있다. 일상에서 로컬푸드, 무농약·유기농 인증 식품을 우선 소비하고, 슬러지 재활용에 대한 감시 활동에 참여하며, 지속 가능한 농산물 소비 캠페인을 지지하는 작은 실천이 식량 자립을 확대하는 커다란 동력이 될 수 있다. 또한 <푸드, Inc.>, <지구를 지키는 밥상>과 같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식품 생산의 이면을 들여다보며 식량 소비 행태를 되돌아보는 것도 유익하다.

지금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우리가 오늘 소비한 그 식품이, 미래 세대의 농토와 물까지 망치고 있지는 않은가?” 지속 가능한 농업은 단지 농민의 몫이 아닌, 우리 모두의 생존과 직결된 공동 책임이자 실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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