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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식탁의 불편한 진실

기후위기와 식탁의 불편한 진실

기후위기 시대, 우리 밥상은 안전한가? – 농학 연구자가 경고하는 수질오염과 지속 가능한 농업의 긴급 과제

우리가 매일 마시는 물, 그리고 조리하고 먹는 식재료들은 정말 안전할까? 기후변화와 산업화의 파고 속에서, 농업은 식량을 제공하는 동시에 환경에 압력을 가해 왔다. 특히 최근 보도된 축산 오·폐수 유출에 의한 하천 수질오염 사고는 우리 먹거리 시스템의 위기와 환경 파괴가 실시간으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지난 5월 15일, 전북 정읍의 한 용암천 지류에서 발견된 새까만 하천수는 충격적이었다. 조사 결과, 인근 한우 농장에서 축산 분뇨 처리시설의 펌프 고장으로 대규모 오·폐수가 그대로 유출되었고, 이는 하천 수질 기준의 240배가 넘는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 오염 수준을 기록했다. 축산 분뇨가 수생 생태계를 크게 훼손했음은 물론, 인근 농경지의 용수 공급에도 직간접 피해를 입히고 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사고를 넘어서, 집중호우나 시설 고장 시 반복될 수 있는 구조적 위험을 드러낸다.

축산 분뇨 오염, 식량과 생태계의 복합 위기

한국은 세계에서 축산 분뇨 발생 밀도가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축산 분뇨 배출량은 연간 4,700만톤에 달하며, 이 중 약 35%가 액비(액체 비료) 형태로 토양에 살포되고 있다. 문제는 이 분뇨들이 적절히 처리되지 않거나, 집중호우 시 토양을 넘어 하천으로 유실될 경우, 강력한 수질 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간 장마철마다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하천 녹조현상은 그 결과 중 하나다.

특히 농촌 지역에서는 하천수를 논밭에 농업용수로 재이용하기 때문에, 이런 수질 악화는 곧 식량 안전 문제로 이어진다. 오염된 용수로 재배된 작물은 중금속 축적 등 간접적인 식품 안전성 문제를 유발할 수 있으며, 이는 우리 식탁의 첫 단계부터 위협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낙후된 농가 환경시설, 반복되는 사고의 구조적 원인

이번 사고가 발생한 정읍시는 섬진강 수계로, 낙동강 유역 등 다른 지역과 함께 농업 및 축산 활동이 집약된 지역이다. 축산 농가의 환경설비는 종종 노후되어 있고, 소규모 영세농가의 경우 오·폐수 저장 및 처리시설이 충분치 않으며 사후 관리도 어렵다. 실제로 정읍시는 2020년 이후 하수처리 기반시설 확충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해 왔지만, 여전히 제도적 미비와 예산 부족으로 근본적인 개선이 지체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축산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는다면, 축산 오염물질에 의한 하천 및 지하수 오염은 우리 세금으로 막대한 정화 비용을 부담하게 만들 뿐 아니라, 농업 기반 자체의 신뢰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

농업과 환경의 공존을 위한 해법: 지역 중심·생태 기반의 전환 필요

문제 해결은 가능하다. 대안은 이미 국내외 여러 지역에서 실험되고 있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와 독일에서는 축산 분뇨를 지역 공동 자원으로 간주해, 지역 순환형 바이오가스 시설과 연결하거나, 발효 후 정제를 통해 무해화된 비료 형태로 전환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축산과 환경 부하 간 갈등을 줄이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

국내에서도 강원도 평창지역은 2019년부터 친환경 축산 시범사업을 실시하면서, 퇴비 관리 및 물 순환형 농법 도입, 정밀농업기술 활용을 점차 확산 중이다. 한계를 지닌 소농 중심의 시스템을, 연합 생산체 및 지역 협업 체계로 전환한다면 지속 가능한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농업이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식량을 공급할 수 있도록 정책과 소비 구조를 전환하는 일이다. 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의 협업 외에도, 지역정부와 시민단체, 그리고 무엇보다 소비자의 선택이 이 전환을 이끌 동력이다.

우리의 실천, 지속 가능한 밥상을 위한 시작

이번 하천 오염 사고는 단지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모두가 연결된 먹거리 생태계의 경고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다음과 같은 실천이 필요하다.

  • 친환경 인증 농·축산물 구매를 생활화한다.
  • 로컬푸드 직거래 장터나 생산자 협동조합 이용을 늘린다.
  • 농업정책에서 수질과 생태계 보전을 우선하는 제도화를 요구한다.
  • 지역 시민단체 또는 먹거리 생태계 전환 캠페인에 참여한다.
  • 관련 다큐멘터리(예: 『우리의 밥상 위의 경고』)나 도서를 통해 가족과 함께 농업 환경 문제를 이해한다.

미래 세대에게 건강한 물과 흙, 깨끗한 하천 생태계를 물려주기 위해, 우리는 지금 무엇을 선택하고 먹고 있는가. 그 선택이, 곧 지속 가능한 농업의 방향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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