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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초록여행, 장애인 여행권의 진화

기아 초록여행, 장애인 여행권의 진화

장애인의 여행권이 사회 권리로 다가오기까지 – '기아 초록여행'이 던지는 의미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은 단순한 교통 수단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참여 원리와 삶의 질 개선에 직결되는 기본 권리의 문제다. 최근 기아자동차와 사단법인 그린라이트가 13년째 공동 운영 중인 사회공헌사업 ‘기아 초록여행’이 새로운 PV5 차량 8대를 전국 8개 권역에 추가 배치하면서, 다시금 우리 사회의 교통약자 문제를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이번 신규 차량의 특수성과 이를 둘러싼 제도 및 사회 환경을 고찰하며, 교통약자가 ‘여행할 권리’를 온전히 누리는 길은 어디에 있는지 짚어본다.

장애인의 이동권, 왜 '여행'으로 주목받아야 하나

장애인의 이동권 이슈는 대중교통 접근성, 휠체어 승하차 가능성과 같은 실제적 장벽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단순한 교통 편의 접근을 넘어, 삶의 다채로운 경험을 위한 ‘권리로서의 이동’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초록여행'이 단순한 보조 차량 대여 수준을 넘어 레저 여행 지원, 테마별 프로그램 운영 등에 나서는 배경에는 장애인에게도 차별 없는 여가와 추억의 기회가 필요하다는 인식 전환이 깔려 있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여행’은 단지 여유의 문제가 아니라, 자아 탐색과 사회 관계망 재구성의 수단으로 작용한다. 탈시설화 트렌드와 더불어 최근 ‘지역사회 안에서의 삶’을 강조하는 장애인 정책 흐름은, 여행권과 같은 사회문화적 접근성을 새로운 복지 영역으로 확장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동 보조’에서 ‘권리 기반 서비스’로 – 제도의 진화와 한계

기아 초록여행 같은 민간-공공 협력 모델은 지역 구분 없이 전국적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특히 이번 신규 도입된 PV5 차량은 실내 구조부터 시트 배열, 문턱 제거 및 어시스트 핸들까지 설계 단계부터 교통약자를 고려했다는 점에서 공학적 배려와 인권적 감수성의 결합을 보여준다.

반면, 공공 교통 인프라 차원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2023년 기준, 저상버스 보급률은 29%에 그쳤으며 지역별 편차도 심각하다(국토교통부). 지자체 차원의 노력, 예산 확보 여부 등에 따라 접근성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의 여행권이 운에 맡겨진다면 그것은 권리가 아니라 기회일 뿐이다.

이와 같은 지점에서 민간 기업의 공헌과 제도적 틈새를 메우는 역할이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지만, 동시에 국가와 지자체의 구조적 책임 강화 없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이중성이 존재한다.

이동권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의 간극

장애인의 여행은 비용이나 물리적 이동 문제에 앞서, 사회적 인식의 벽과도 맞닿아 있다. 일부에게는 무상 이동 차량 제공이 ‘특혜’로 오해되기도 하고, 반대로 장애인 당사자 입장에서는 매번 신청·심사 절차를 거쳐야 하는 ‘선별적 배려’ 자체가 피로의 구조가 되기도 한다. 결국, 이동권을 ‘혜택’이 아니라 ‘권리’로 전환하는 사회적 합의가 요구된다.

초록여행의 10만 명 이용 수치는 우리 사회가 그만큼의 ‘이동 갈망’을 누르며 살아왔다는 증거이며 동시에, 우리 제도가 여전히 이들 요구를 충분히 구조화하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생활 속 작지만 실질적인 변화의 필요성

한편, 지역 관광 인프라나 숙박 시설, 전시 공간 등은 여전히 장애인의 여행을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맞이하는 경우가 많다. Barrier-Free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나 평가 도구가 부재하기도 하고, 중소업체의 무관심 속에 물리적 장벽이 방치되고 있기도 하다.

이동 수단뿐 아니라 목적지의 접근성이 함께 개선되어야 비로소 ‘이동권’이 완성된다. 여행이 자유롭다는 것은 출발부터 도착까지 모든 구간이 열려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모빌리티 인권 시대, 우리가 고민해야 할 질문

‘기아 초록여행’이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히 차량 숫자의 확대에 있지 않다. 궁극적으로는 장애인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평등하게 삶을 누릴 조건이 얼마나 준비되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하라는 사회적 호출이라 할 수 있다.

누군가의 이동권은 우리 모두의 도시 설계, 사회 인식, 행정 시스템, 서비스 디자인이 어떻게 작동하느냐의 척도다. 기업은 물리적 조건을, 정책은 제도 기반을, 시민은 인식의 벽을 허무는 역할을 동시에 감당할 때 그 권리는 현실이 된다.

이동이 권리라는 말, 그것이 진심이 되기 위해 — 지금 우리 사회는 대중교통 한 칸, 여행지의 문턱 하나, 웹사이트의 예약 시스템 하나를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그리고 ‘휴식과 여가의 권리가 누구에게도 예외 없이 주어질 때 우리는 더 나은 사회를 이야기할 수 있다’는 아주 단순한 진실을 다시 일상으로 가져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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