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산업의 대규모 통합, 농촌과 생태계를 위협하다 – 기술 중심 농업 전시회 뒤에 가려진 지속 가능성의 공백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 정말 안전할까요? 농업이 산업화되고 기술 중심으로 진화하는 동안,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지속 가능성’입니다. 미국 최대 농업기술 박람회 중 하나인 2025 MAGIE(Midwest Ag Industries Exposition) 쇼에서 소개된 최신 정밀방제기술과 농자재 기업 간 통합 움직임은 농업의 효율성과 이윤 극대화에는 기여할 수 있겠지만, 반대로 생태계, 농촌사회 그리고 장기적인 식량 안보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진지한 고민이 요구됩니다.
이번 MAGIE 쇼에서 AGCO의 Fendt가 선보인 AirMax Precision F1/F2 정밀살포 시스템은 최첨단 기술을 통해 농약과 비료 살포의 정확성을 극대화하는 장비입니다. 일견 이는 농약 사용량 절감, 경비 효율화 등 긍정적으로 비춰질 수 있으나, 동시에 대규모 집약농 방식의 심화를 가속화하며 소규모 농가의 생존 가능성을 더욱 낮추는 이중적인 면이 있습니다.
또한, 오하이오와 인디애나 주의 농업 자재 유통업체 간 통합 논의는 ‘효율’의 이름 아래 농업 자본의 집중과 유통 시스템의 독점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곧, 다양한 작물 종자 선택권의 감소와 지역 농민의 자립 기반 약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토양-물-생태계의 보전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1. 기술 진보 이면의 생태적 회색지대
농업기술의 발전은 분명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단지 생산량 증대를 위한 ‘장치’로만 머물 때, 우리는 심각한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FAO(유엔식량농업기구)는 기후변화로 인해 2050년까지 농업 생산성의 20~30%감소를 경고하고 있으며, 특히 토양의 유기물 고갈과 생물다양성 감퇴는 회복이 거의 불가능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술 중심의 농업 기계는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2. 농자재 유통의 집중화, 식량주권의 위기
오하이오와 인디애나에서 논의 중인 소매업체 간 합병은 단순히 기업 간 업무 효율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특정 글로벌 농자재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는 농민 개개인의 작목 선택권과 재배 방식 자율성을 침해할 수밖에 없으며, 한국을 비롯한 식량 수입 의존 국가에 식량주권 약화로까지 이어지는 세계적 연쇄 반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3.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한 전환 전략
희망은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선 이미 화학농이 아닌 생태영농, 유기농, 자연농법으로 전환해 토양을 살리고 지자체 단위의 식량 순환 생태계를 구축한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일본의 아이다현, 오스트리아의 티롤 지역은 90% 이상이 유기농 전환에 성공했고, 국내에서도 완주군, 횡성군 등에서 로컬푸드 소비 유통망이 효과적으로 정착해 지역 청년 농업인 유입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4. 소비자와 지역사회가 지닌 핵심 역할
생산과 소비는 동전의 양면입니다. 불투명한 농산물 생산 시스템에 대한 무비판적 소비는 결국 더 강력한 산업적 농업 시스템을 유지하게 합니다. 소비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택이 곧 지속 가능한 농업 시스템의 기초를 만듭니다. 무엇을 사고, 어떻게 먹을지에 따라 토양이 살아나고, 물이 깨끗해지며, 미래 세대에게 건강한 밥상을 물려줄 수 있습니다.
기술 중심의 농업 전시회와 기업 통합 이슈를 통해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단기적 효율이 아닌 장기적 생존을 담보하는 길, 바로 지속 가능한 농업으로의 전환입니다. 오늘부터 아래와 같은 작은 실천을 시작해봅시다.
- 환경표지 인증(친환경/유기농) 농산물 구매
- 지역 농업인을 지원하는 로컬푸드 직거래장터 이용
- 지속 가능 농업 법안 지지를 위한 시민청원 참여
- '파밍의 미래', '농부의 밥상' 등 도서와 다큐멘터리 관람으로 인식 확장
- 농업 관련 시민단체 후원 또는 자원봉사 참여
기후위기 시대, 우리가 세우는 농사의 방식이 곧 우리 식탁과 생태계의 미래를 결정합니다. 함께 전환의 물결을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