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안전, 지역 복지 그리고 자율성 – 금천종합복지타운 사례가 던지는 질문
도시의 안전이란 단어는 흔히 경찰, 소방, 응급구조 체계로만 환원되기 쉽다. 그러나 최근 서울 금천구의 복합시설인 금천종합복지타운이 ‘2025년 서울시 소방안전모범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사례는 거버넌스의 새로운 가능성과 과제를 동시에 보여준다. 이 복합공공시설은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소방 안전관리 체계를 기반으로 지역사회 안전문화 확산을 주도하며, ‘생활 밀착형 안전 정책’의 이상을 실현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 사례는 단순한 수상의 의미를 넘어, 지역 복지시설의 역할과 행정 자율성, 그리고 시민 체감 안전의 진정한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지역 공공시설의 확장된 역할
금천종합복지타운은 단순한 복지시설을 넘어, 어린이집, 경로당, 문화센터, 체육센터 등 다양한 계층의 주민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공간이다. 이 복합성과 통합성은 시설의 관리운영에 있어 고도의 안전관리체계를 요구한다. 선제적 안전시뮬레이션 훈련, 다중이용객을 고려한 맞춤형 대응 매뉴얼, 자발적 점검 시스템은 단기 포상이 아닌 장기 운영 철학을 보여준다. 더 흥미로운 점은 서울시가 해당 시설에 대해 2년 동안의 화재 안전조사 면제라는 행정적 신뢰 혜택을 부여했다는 점이다. 이는 ‘신뢰 기반 자율안전관리’로의 제도 전환을 실험하는 상징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소방안전, 공공시설만의 책임인가?
현재 우리 사회에서 지역 안전관리의 최전선에 있는 것은 소방본부나 경찰보다도 오히려 지방자치단체의 산하기관들인 공단, 복지시설, 주민센터 등이다. 이들은 주민과 가장 밀착된 위치에서 일상 공간의 위험을 감지하고 대응하는 구조다. 그러나 이 같은 역할에 부합하는 인력 배분과 권한, 예산 확보는 여전히 불균형적이다.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법적 의무는 민간과 공공을 가리지 않지만, 현장 대응 역량은 시설 규모와 지자체 역량에 따라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이는 ‘제도 설계’와 ‘실행 여건’ 간 간극이 여전히 크다는 것을 뜻한다.
시민 체감 안전을 넘는 ‘문화’로서의 안전
금천종합복지타운이 강조하는 선제성과 실효성은 단순한 위기 대응을 넘어, 예방 중심 안전문화의 확산을 지향한다. 이는 때로 규제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서울시는 2008년부터 소방안전모범대상을 통해 자율안전 관리 문화를 확산시키려 하고 있지만, 시민의 체감도는 아직 제한적이다. 일방향적 정량 평가보다 ‘잘하고 있는 시설을 누구나 참고할 수 있게 하는’ 지역 간 학습 구조가 병행되어야 한다. 선정된 안전모범시설을 지역 학교, 단체, 인근 복지기관들과 연결하는 네트워크화 방안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른다.
해외에서 배우는 자율 안전관리 정책
일본, 독일, 캐나다 등은 오래 전부터 지역 자치기관이 중심이 되는 공동체 기반 안전관리 모델을 확대해왔다. 예컨대 독일 일부 지역은 요양시설이나 아동시설에 시민 안전참여단이 상시 활동하는 구조가 정착돼 있으며, 이는 대응 속도뿐만 아니라 공동체 신뢰 회복에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한국도 ‘모범 사례 포상제’에 머무르지 않고, 실효성 있는 현장 적용 체계를 제도화해야 하는 시점이다. 특히 공공성과 자율성의 균형을 유지하는 디지털 기반 안전관리 솔루션 지원이 필요하다.
제도는 얼마나 일상을 반영하고 있을까
이번 사례는 복지, 안전, 행정자율, 신뢰 등 다양한 구성 요소가 성공적으로 조화를 이룬 결과다. 하지만 전국의 수많은 유사 시설이 동일한 수준의 체계를 갖추고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잘한 곳은 왜 잘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그 사례를 동일 계층의 정책군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구조적 메커니즘이 뒷받침되어야 제도적 안정성 역시 확보될 수 있다.
금천종합복지타운 사례는 단지 '우수시설' 이상의 상징성을 갖는다. 지역사회는 이제 안전을 위협 상황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 일상적 생활환경의 ‘기준’으로 재정의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시민은 생활 속 시설을 신뢰할 때 공공기관의 존재 가치를 느낄 수 있으며, 행정은 이런 신뢰의 축적을 다음 제도로 연결해야 한다. 각자가 속한 지역 안에서 “우리는 안전을 무엇으로 판단하고 실천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계속 던져야 할 이유다. 앞으로의 공공시설 기준은 단순한 운영이 아닌, 주민 신뢰와 안전체계의 문화적 내재화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