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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문화재단, 천 위에 꿰맨 청년의 숲

금천문화재단, 천 위에 꿰맨 청년의 숲

실과 천으로 엮어낸 마음의 풍경 – 예술로 돌봄 받은 청년들의 숲 기록

서울 금천구 가산동, 공장과 사무실이 뜨겁게 뒤섞인 이 도시의 한 카페 3층에서 뜻밖의 ‘숲’을 발견했다. 그것도 청년들의 마음이 천 위에 피어난, 조용하고 정서적인 숲이다. 금천문화재단이 주최한 전시 ‘천으로 잇다: 해방의 숲, 숲의 기록’은 생애주기별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의 결과물로, 어쩌면 우리가 잊고 지내던 마음의 깊은 결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이 전시는 바쁜 일상 속에서 상처를 껴안은 채 살아가는 청년들을 위한 치유의 장으로 기획되었다. 봉제산업의 유산인 실과 천을 재료로, 청년들은 자신 안의 이야기를 손으로 뀄다. 실 코스터 제작, 점토 모빌 만들기, 낡은 옷 리폼, 자투리 천으로의 창작. 이 자발적 노동은 생계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를 위한, 자신을 회복하기 위한 섬세하고 사적인 작업이었다.

우리는 왜 ‘천’으로 마음을 꿰매야 했을까

서울의 산업지대를 대표하는 가산동. 청년들이 모이는 이 도시는 '가능성'이라는 말 뒤에 숨은 '피로'의 공간이기도 하다. 경쟁의 속도는 빠르고, 회복의 공간은 드물다. 그러다 보니 예술이 어디 ‘시간 남는’ 이들을 위한 활동이라 여겨지기 일쑤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다르게 말했다. 숨 가쁜 시간표 속에서도 단 몇 번의 예술치유 활동이 청년의 삶에 눈에 보이지 않는 여백을 만들어냈다고.

"마음속 돌덩어리를 점토로 빚어냈어요." 참여자 중 한 명의 고백처럼, 예술은 종종 말보다 더 효과적인 언어다. 감정은 실로 이어지고, 기억은 천 위에 남는다. 이들은 자기 안의 숲을 찾는 사람이자, 또 자신만의 방식으로 돌봄을 실천하는 신중한 조경사였다.

카페라는 공공적 사적 공간 속 예술의 틈새

특히 흥미로운 지점은 이 전시가 미술관이 아닌 카페에서 열렸다는 점이다. 인크커피 가산점은 예술교육의 현장이었으며 전시의 무대였다. 익숙한 일상의 공간이 문화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예술이 삶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숨 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완성된 작품들은 누군가의 완결된 서사이기보다는, 각자의 관계와 감정, 과정을 담은 ‘기록’에 가깝다. 치유의 결과라기보다, 그 치유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담담히 보여준다. 고르게 다듬어지지 않은 천 조각처럼, 청년들의 마음도 매끄럽지 않지만 그것이 바로 ‘살아있음’을 말해준다.

공공 예술 교육, 공동체를 위한 가장 사적인 돌봄

프리즈미, 김지윤 작가, 금천문화재단이 협력한 이번 프로그램은 지역기반 문화예술이 단순한 교육을 넘어 공동체의 정서를 연결하는 통로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중요한 것은 기법이나 완성도가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어떻게 잇는가"에 있다.

이는 해외 여러 도시에서 진행되는 '소셜 프랙티스 아트(Social Practice Art)'와도 닮아 있다. 예컨대 캐나다 토론토나 독일 베를린에서는 청년, 이주민, 시니어 등 다층적 지역 주민들이 예술가와 함께 만들어가는 프로젝트가 도시 문화의 뿌리에 깊게 자리잡고 있다. 예술은 전시를 위한 것이 아닌, 일상 그 자체가 된다.

나의 감정을 기록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은 언제일까

이 전시는 우리에게 되묻는다. "지금 당신의 삶 속에 감정의 여백은 있나요?" 우리는 얼핏 답할 수 없을 만큼 자신을 소모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청년들이 실로 꿰매고 천 위에 기록한 감정은, 지금 우리에게도 필요한 작업일지 모른다. 수치나 명확한 결과가 아닌, 존재의 감각을 회복하는 일, 그것이 진짜 예술의 첫걸음이 아닐까.

마음이 휘어진 어느 날, 우리는 천 조각을 꺼내어 나만의 ‘숲’을 그려볼 수 있다. 꼭 예술을 잘하지 않아도, 창작의 행위 그 자체에 내 마음을 기댈 수 있다면, 그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 된다.

지금 당신의 삶에도 조용한 숲 하나가 필요하다면, 천 조각 하나로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침묵 속에서 막연히 ‘괜찮아질’ 날을 기다리기보다, 직접 실을 바늘에 꿰는 일, 바로 거기서 회복은 시작된다.

🔍 감상 가이드

  • 전시를 보러 간다면 결과보다 ‘흔적’을 보세요. 손길이 머문 천의 자국을 따라가며, 타인의 서사를 상상해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 나만의 창작을 시작하고 싶다면, 오래된 셔츠나 헌천을 꺼내보세요. 그 위에 감정을 기록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 당신의 내면에 지금 어떤 색의 실이 필요한지, 오늘은 스스로 물어보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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