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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구시설관리공단, 슬로건을 넘는 공동 안전문화

금천구시설관리공단, 슬로건을 넘는 공동 안전문화

안전문화는 어떻게 일상으로 자리 잡는가 – 구호를 넘는 공동 실천의 조건

지역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안전 캠페인이 단순 행정 PR을 넘어 실질적 안전문화로 확산될 수 있을까? 서울 금천구시설관리공단이 인근 4개 구의 시설관리공단과 협력해 전개한 '공동안전 슬로건 캠페인'은 이 질문에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안전은 백번을 외쳐도, 천번을 실천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구호와 함께, 5개 공단이 협의체를 구성해 공동 실천을 추진한 이 캠페인은 안전 문제를 ‘공공의 일’로 되돌려 놓은 시도로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안전 패러다임의 전환: 개인 책임에서 공동 책임으로

최근 수년간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산업안전 패러다임 변화 등으로 ‘안전’은 사업장의 당연한 기본권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제도적 강제만으로는 안전 사고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 금천구시설관리공단의 사례처럼 지역 단위의 공공기관들이 공동으로 ‘안전 리더십’을 실천할 때, 제도 이상의 변화를 유도할 가능성이 생긴다. 협의체 참여기관 이사장들이 직접 구호 제정과 현장 실천에 나선 이번 캠페인은 관리주체 중심에서 삶의 주체로 시민을 포섭하려는 시도의 일환이기도 하다.

현장 기반 실천이 필요한 이유

공공시설 근로자는 물론, 지역 주민들이 매일 마주하는 공영주차장, 체육시설, 복지관 등에서는 ‘소극적 안전관리’가 익숙한 현실이다. 이에 따라 슬로건은 실천 없이는 공허해진다는 반성과 함께, 직원들이 현장 부착물 제작부터 참여 결의, 자율적 활동까지 직접 참여한 본 캠페인은 다층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특히 시설관리공단의 역할은 단순한 시설 유지 관리가 아니라, 안전한 공동체 생활 기반을 설계하고 유지하는 사회적 의미로 확장되고 있다.

안전 캠페인의 사회적 작동 방식

금천구의 이번 프로젝트는 단발성 캠페인을 넘어 공공기관 간 연합 방식으로 안전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새로운 방식의 거버넌스 실험으로 볼 수 있다. 협의체 구성 자체는 자치구 단위를 넘은 협력이며, 슬로건의 통일은 메시지 반복을 통한 인식 제고 효과를 노린다. 특히 전국적으로 거의 모든 지자체가 존재하는 지방공기업 시설관리공단의 특성상, 이는 전국 복제 가능성이 있는 모델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다.

다만 시민 입장에서는 이런 캠페인이 얼마나 체감 가능한 변화를 유도하느냐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다. 안전 수칙 준수에 대한 강조가 ‘또 하나의 업무지시’로 끝나지 않으려면, 노동 환경의 물리적 개선과 보건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즉, 메시지와 인프라가 함께 작동할 때, 안전문화는 자리 잡는다.

해외 사례와의 접점

안전문화의 확산은 이미 OECD 주요국에서도 정부와 공동체의 협력 과제로 다뤄진다. 예컨대 핀란드의 경우 지방정부-직장협의체-노동조합이 공동으로 ‘건강한 직장 만들기’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법적 규제보다는 공동 책임과 자율적 참여를 통한 안전 확산에 중점을 둔다. 금천구처럼 다부처, 다기관의 협력모델은 그런 국제 흐름과도 일부 닮아 있다.

슬로건을 넘는 안전문화의 조건

이번 캠페인은 지역 행정과 공공시설이 시민 삶에 작동할 수 있는 매우 구체적인 방식 중 하나를 보여준다. 중요성은 명확하다. 그러나 그것이 민간과 시민의 자율적 행동 변화로까지 연결되려면 몇 가지 과제가 남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공기관이라는 ‘안전 담지자’들이 시민과 더 자주, 더 수평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시설관리공단이 단지 ‘관리자’가 아니라 ‘안전 커뮤니티 플랫폼’의 핵심 역할로 진화한다면, 슬로건은 비로소 살아있는 구호가 될 것이다.

공공기관, 시민사회, 그리고 사용자인 지역 주민 모두가 안전이라는 공동 책임을 어떤 방식으로 ‘내 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금천구의 시도는 이 물음에 작은 실험을 제공한 셈이다.

핵심은 안전이란 추상적 이상이 아니라 구체적 실천이라는 점이다. 이를 위해 우리 각자는 어떤 위치에서 안전을 새롭게 바라보고, 공동체적 감수성을 되살릴 수 있는지 고민할 시점이다. 오늘 우리 곁의 '슬로건'이 더 나은 내일을 여는 '실행'이 되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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