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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정신건강센터, 예술로 전하는 마음 치유

국립정신건강센터, 예술로 전하는 마음 치유

예술이 마음을 비추는 방식 – ‘Light Our Lives’ 전시에서 읽는 치유의 미학

무지개는 늘 멀리에서 시작된다. 하늘과 땅, 빛과 비가 교차하는 한순간, 어느 틈에서든 그것은 조용히 피어난다. ‘레인보우 마음동화 프로젝트’의 3년 차 전시, ‘Light Our Lives’는 예술로 빚은 그 무지개의 한 조각을 우리 마음 안에 내려앉힌다.

서울 국립정신건강센터 갤러리M에서 열리는 이 전시는 느루문화예술단과 함께한 청년 예술가 네 명의 목소리로 시작된다. 젊은 창작자들의 캔버스엔 일상의 가라앉은 정서와 우리가 흔히 지나치는 마음의 결이 담겨 있다. 그것들은 하나의 무지개로 연결되며, 마음의 색채를 다층적으로 조명한다.

색이 말을 걸 때, 우리는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전시 제목인 ‘Light Our Lives’는 단순한 조명이 아닌 삶을 밝히는 치유적 빛으로서의 예술을 상징한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바로 ‘7가지 무지개 색’의 감정적·심리적 상징을 중심으로 한다. 색은 단순한 시각적 언어를 넘어, 기억과 감정, 자기 이해를 끌어내는 열쇠가 된다.

빨강, 주황, 노랑에서 파랑, 남색, 보라까지—그 안에 깃든 우울, 분노, 위안, 설렘은 관람자의 내면과 은밀한 대화를 시작한다. 보랏빛 캔버스 앞에 오래 머문다는 건 그 색이 내 마음속 ‘치유받지 못한 장면’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예술은 때로 말보다 정확하게 마음을 울린다.

청년 작가들의 신비로운 내면 풍경

김아롬새미는 ‘아로안’이라는 자아의 세계를 통해 상처와 치유를 병치시키는 내면 여행을 그린다. 혼란스럽고 때로는 온화한 그 속에서 우리는 모호하지만 익숙한 인간의 감정을 만난다.

어느나래는 자연과 개인의 단편적 기억을 엮어 현재의 슬픔을 감싸는 작은 위로를 건넨다. 그녀의 작업은 마치 숲속을 스치는 바람 같아, 다정하고 조용하다.

이승연은 ‘금붕인’이라는 상징 캐릭터를 통해 일상에 스며든 폭력성과 사회를 향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그는 시선을 멈추게 만들고, 무의식의 물비늘 아래 감춰졌던 감정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이은수는 색채와 공간의 리듬을 활용해 비정형적인 조화를 구현한다. 무지개를 닮은 도형들이 펼쳐낸 화면 앞에서 우리는 질서와 무질서 사이의 역동성을 감각하게 된다. 그녀의 작품은 놀이 같고, 꿈 같으며 동시에 명상처럼 머문다.

예술은 공동체를 위한 연대의 언어

‘Light Our Lives’는 단순한 전시를 넘어 공동체의 감정 생태계에 대한 고민과 응답이다. 국립정신건강센터와 함께한 이 프로젝트는 예술이 공공성을 갖고 살아 숨쉬는 방식을 보여준다. 질병도, 증상도 아닌, 감정과 마음을 하나의 예술 언어로 보여주는 시도는 현대인이 겪는 정서 불균형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셀프 치유’ 문화, 감성적 기록과 색채심리에 대한 관심은 이 전시의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다. 우리가 스스로의 감정을 관찰하고 표현하는 시대—이제 예술은 전문가 혹은 감식가들만의 것이 아니라 ‘나의 정신지도를 알아가는 도구’가 된다.

마음 위에 빛 하나, 오늘을 헤아리는 감각

지금 우리가 감각해야 할 문화는 무엇일까요? 어쩌면 정답은 숫자나 유명세가 아닌 감정의 '닿음'에 있을지 모릅니다. ‘Light Our Lives’는 우리 각자의 내면에, 묻어두었던 감정에 작은 불을 켜는 경험을 제안합니다.

이번 주말, 한참을 머물며 감정을 떠올릴 수 있는 전시를 찾고 있다면 이곳이 적당한 이유입니다. 전시를 감상한 뒤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세요. “나는 어떤 색 위에 서 있고, 어떤 감정을 아직 말하지 못했나?”

그리고 일상 속 작은 예술적 실천을 떠올려봄도 의미 있습니다. 좋아하는 색으로 방을 정리하기, 감정을 색으로 표현한 하루 기록 쓰기. 우리는 그 작은 색점들 위에서 조금씩 치유되고, 또다시 살아갑니다. 무지개는 비 끝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 안에서도 자란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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