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도 경험을 판다 – ‘돌고래시장 페스타’로 본 지역 소비문화의 진화
전통시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때 노후된 시설과 낡은 이미지로 ‘비주류’ 취급을 받던 공간이, 디지털 시대에 오히려 가장 따뜻한 ‘로컬 커넥션’의 터전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성황리에 열린 ‘2025 돌고래시장 페스타’는 이 변화를 인상 깊게 드러낸 사례다. 전통시장이 단순한 거래 공간에서 경험과 관계, 커뮤니티 중심의 생활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음은 중요한 소비 트렌드의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시장, 체험을 입다
이번 5일간 펼쳐진 페스타는 ‘함께 즐기고, 함께 성장하는 시장’이라는 슬로건처럼 체험과 참여를 핵심 테마로 잡았다. 공연과 플리마켓, 어린이 체험 부스, 캐리커처 만들기, 키링 제작 등 단순한 쇼핑을 넘어 전 세대를 아우르는 몰입형 콘텐츠로 구성되었다. 특히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미션 이벤트는 놀이 속 경제교육이라는 트렌디한 소비 교육 면에서도 좋은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시도는 **경험 경제(Experience Economy)**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소비자들은 물건보다 가치를, 서비스보다 추억을 더 중시한다. 가족 단위 방문객이 늘어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 전통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곳이 아니라, 아이의 손을 잡고 아날로그 감성의 가게를 돌며 함께 추억을 쌓는 공간으로 변모 중이다.
오프라인 마켓의 디지털 반전
눈여겨볼 점은 이 축제가 온라인 플랫폼을 적극 활용했다는 점이다. 네이버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한 실시간 홍보는 방문 전 기대감을 높이고, 행사 후에도 지속적인 콘텐츠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었다. 상인들이 직접 참여한 라이브 방송, 시식 체험 후기 공유 등도 ‘마켓 인플루언스’라는 신개념 마케팅 가능성을 열었다.
이는 로컬 커머스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흐름에 정확히 부합한다. 통계청 ‘2024 온라인 쇼핑 동향’ 자료에 따르면, 로컬 제품을 온라인에서 검색 후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는 소비자 비율이 전년 대비 18.5% 증가했고, 전통시장 내 디지털 간편결제 이용자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공간의 진화, 커뮤니티의 부활
돌고래시장 페스타의 본질은 행사 자체보다도, 전통시장이 지역 커뮤니티와 상생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한다는 점이다. 송병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센터장이 언급했듯, 시장과 주민이 상호 존중하는 구조가 이번 행사의 성공 열쇠였다. 이러한 접근은 요즘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지역 정체성을 존중하는 소비" 감성과 깊이 연결된다.
돌고래시장은 앞으로 디지털 전환과 더불어 청년상인 육성, 상인조직 역량 강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단기적 흥행이 아닌 지속 가능한 시장 생태계 조성의 방향을 보여주는 중요한 전략 전환이다.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지역 경제의 장기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거점으로서의 가능성도 높다.
지금 바꿔야 할 습관은 무엇일까요?
단순히 값싼 물건을 고르기보다, 우리의 돈이 지역에 어떻게 순환되는지 고민할 때다. 가까운 곳에서, 현실적인 가격에, 상인과의 소통이 살아 있는 소비는 지속 가능하고 따뜻하다. 전통시장을 다시 찾는 것이 단지 ‘향수 자극’이 아닌 트렌디한 선택지가 된 지금, 우리의 구매 습관도 보다 목적 지향적으로 설계해볼 때다.
🔎 체크리스트로 마무리하는 실천 팁:
✔ 가까운 전통시장 SNS 계정 팔로우해보기
✔ 다음 주말 ‘시장 나들이’ 일정 잡아보기
✔ 어린이와 함께 체험 가능한 부스 프로그램 있는지 미리 확인
✔ 디지털 전통시장(제로페이, 예약구매 등) 이용하기
전통시장은 변하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소리 없이 일상 속 가치를 바꾸고 있다. 모퉁이 시장의 웃음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한 지금, 삶의 방향도 잠시 멈춰 돌아볼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