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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장애인재활협회, 장애아동 멘토링의 연대 모색

경상남도장애인재활협회, 장애아동 멘토링의 연대 모색

장애가정 아동 멘토링이 묻는 질문 – 지역 복지의 역할과 시민의 연대 가능성

지방 곳곳에는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를 파고들며 변화를 시도하는 작은 프로그램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경상남도장애인재활협회가 진행하는 '성장멘토링' 사업이다. 이 프로그램은 장애가정 아동을 대상으로 한 멘토링을 통해 정서적 지지와 사회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근 열린 2차 멘토 간담회에서는 멘토들의 활동을 공유하고 격려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역 기반의 비영리 단체와 공공기관이 협력해 사회적 약자의 성장을 지원하는 이 구조는 지역 복지의 지속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사회적 배경: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가정 아동

한국사회에서 장애인 복지는 점차 개선되고 있으나, 여전히 가난과 돌봄의 이중고를 겪는 장애가정의 아동들은 복지정책 중심에서 상대적으로 배제되어왔다. 특히 단순한 학습 지원이 아닌 정서적 성장과 진로 탐색이라는 비형량적 필요는 통계로 드러나기 어려운 복지 취약 영역이다. 가족이나 또래로부터 정서적 지지를 받기 어려운 아동들은 사회성과 자존감 발달에서 장기적인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가정 내 장애인 구성원의 존재는 가족 전체의 사회참여 기회를 제한하며, 아동의 성장 기회 불균형을 초래하기도 한다.

제도와 현장: 민관 협력의 유연성과 한계

이번 ‘성장멘토링’ 사업은 우정사업본부가 출연한 우체국공익재단과 한국장애인재활협회, 그리고 지역 장애인단체인 경상남도장애인재활협회가 협력한 민관복합형 모델이다. 국가 주도의 하향식 복지정책과 달리, 현장의 수요를 반영해 설계된 하향적 상향식 구조는 참여자 만족도를 높이면서도 예산의 효용성을 키우는 장점이 있다. 특히 간담회에서는 실제 멘토링 활동의 어려움과 성과가 공유되며 사업 개선의 순환고리를 기대하게 했다.

그러나 이런 민관 협력 구조는 항상 불안정한 재정과 한정된 인력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공공 지원에 의존하는 한 사업의 지속성과 확대는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또 사업에 참여하는 멘토나 아동 대부분은 지역 내 자체 모집으로 충원되기에, 전국 단위로 표준화하거나 체계화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세대 간 연대: 멘토링이 만드는 또 하나의 사회

멘토 역할을 맡은 이들은 대부분 20~30대 청년들이다. 장애가정 아동을 정기적으로 만나며 놀이, 학습, 상담 등을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멘토는 아동의 ‘성장’을 돕는 동시에 정서적 책임감과 사회적 자각을 키워가는 주체가 된다. 일정을 맞추기 어렵고 정기 활동이 부담이 되는 상황에서도 멘토들이 “멘티가 웃으면 보람이 있다”고 말하는 장면은, 개인 실천이 만들어내는 집단 변화의 가능성을 상기시킨다. 국가나 조직의 도움만으로는 키워낼 수 없는, ‘관계 기반 복지’의 실동력인 셈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 모델은 자발성과 헌신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한계를 보인다. 청년 노동의 불안정성과 감정노동의 착취 위험성을 고려할 때, 이들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비영리 프로그램의 자원봉사적 요소가 지나치게 강조되면, 지원 대상의 권리 확보보다 제공자의 선의에 의존하는 구조로 전락할 수 있다.

정책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이러한 멘토링 사업이 전국화되기 위해선 교육부, 보건복지부, 지자체 등 관계 기관의 참여 확대가 필수적이다. 프랑스의 ‘에듀케이터 동반 프로그램’이나 북유럽의 ‘사회적 동반자 제도’처럼, 특정 취약계층 아동에게 장기간 정서·생활 지원을 제공하는 국가 차원의 개입이 존재한다. 단지 일회성 행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아동의 성장 주기와 연계하여 지속관리 되는 복지모델로 전환될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정보격차, 이동 장애, 감정적 위축 등 장애가정이 겪는 다층적 어려움을 통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통합돌봄 내 별도 모듈로 편성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체국공익재단과 같은 민간 기금은 안정적 자원을 공급하고, 지자체는 실행 기반을 제공하며, 국가는 정책 틀을 마련하는 삼중 협력 구조가 요청된다.

함께 성장하는 복지, 개인의 참여는 무력하지 않다

‘성장멘토링’은 규모는 작지만 인상적인 복지 실험이라 할 수 있다. 복지의 정의가 단순한 "지급"이 아닌, **"관계의 회복과 자존감의 회복"**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보여준다. 이 프로그램이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당신은, 너머의 아픔을 본 적이 있는가? 그리고 그 곁에 서 있을 의지는 있는가?

이 사업을 사회 전체로 확장할 수 있는 힘은 제도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작은 참여’와 ‘꾸준한 관심’ 위에 놓인다. 제도 개선의 틈을 메우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공공성을 향한 시민의 연대다. 단순한 자원봉사를 넘어, 서로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망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지금 우리의 일상이 던져야 할 또 하나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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