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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모스, 시선으로 묻는 존재의 의미

갤러리 모스, 시선으로 묻는 존재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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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ye Spy와 관찰의 서사 – ‘보다’라는 인간적 행위에 담긴 문화적 화두

서울 중구 을지로, 과거 공구 상점들과 인쇄소가 나란히 서 있던 골목의 시간 속에서 한 점 고요함이 열린다. 갤러리 모스에서 열린 김현채 작가의 개인전 《Eye Spy》는 제목부터 우리를 유년의 기억으로 인도한다. “아이 스파이 위드 마이 리틀 아이(I spy with my little eye)…”로 시작되던 그 놀이처럼, 이 전시는 회화나 설치가 아닌 ‘시선의 구조’ 자체를 되묻는 탐구의 은유로 다가온다.

작가 김현채는 자신을 누군가를 바라보는 ‘관찰자’의 위치에 두며, 삶 속 사람들과 순간들을 응시해왔다. 늘 경계 위를 오가는 듯한 태도로 그는 인간의 이름, 역할, 배경 등 외적 요소를 지우며, 존재의 맥락보다 그 너머의 질문들을 응시하는 방식으로 예술을 제안한다. 이번 전시는 보기 위한 감각이 아니라, 보는 행위에 담긴 인간적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조용하지만 확실한 문화적 제안이다.

우리는 언제부터 사람을 판단하기 시작했을까

김현채의 작업은 단정하지 않는다. 대신 하나의 ‘장면’을 제시하고, 관객의 해석과 감정의 흐름을 받아들인다. 보는 이는 오히려 그 앞에 서 있는 ‘관찰자’가 되어, 예술 안에서 누군가를 바라보는 동시에 자신의 시선을 되비추며 ‘어떻게 보고 있는가’를 성찰하게 된다.

이러한 태도는 현대인의 무의식적 소비 습관, SNS에서의 이미지 판단, 외면적 정보를 중심으로 한 빠른 해석의 욕망과 대조된다. 작가는 적극적인 ‘보는 행위’보다도 그 전 단계—‘판단 이전의 시선이 가질 수 있는 윤리와 정직함’에 주목한다. 무엇을 보았는가보다, 어떻게 보았는가가 더 중요한 문화의 전환점이다.

침묵 속의 말들, 예술로 드러나는 인간성의 결

갤러리 모스라는 공간 자체가 이 사유의 흐름을 확장시킨다. ‘Meditation of Silence(침묵의 명상)’이란 이름에 걸맞게, 전시 공간은 크고 요란한 의미를 주장하는 대신, 가만한 시선과 사유들이 머물 수 있는 틈을 허락한다. 김현채의 작업은 이 침묵 속에서 더욱 빛나고, 보는 사람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기억 속 파편이 된 얼굴들, 반복되는 일상에서 포착된 몸짓들, 공감과 거리의 얼룩이 뒤섞인 장면들. 그 모든 잔상 안에는 우리의 삶이 비추어진다. 작아 보이는 장면이 지닌 무게, 그것이 바로 우리가 다시 문화 속 자아를 되짚어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더 이상 단정하지 말기를, 함께 바라보기를

《Eye Spy》는 그 어떤 사회적 메시지나 이념보다 근본적인 요청을 한다. 바라본다는 일, 응시한다는 행위가 지닌 힘을 재정의하자는 초대, 그리고 우리 모두가 끊임없이 판단의 렌즈를 착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부드러운 고발이다.

예술은 언제나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자 더 나은 감각을 길러내는 훈련장이 되어왔다. 김현채의 전시는 현대의 빠른 정보 흐름과 즉각적 반응의 문화에 한 박자 쉼표를 건네며, “지금 우리가 감각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되살아나게 한다. 그리고 그 질문은 결국, 우리 자신에게 되돌아온다.


지금 당신의 하루 속에서 단 한 장면만이라도 ‘다시 본다’는 자세로 살아가본다면 어떨까요? 익숙함을 낯설게 보는 훈련, 타인을 판단하지 않고 눈맞춤해보는 연습, 혹은 거울 앞의 나를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는 순간 말입니다. 예술은 말없이 우리에게 가르칩니다. 시선은 존재를 정의할 수는 없지만, 존재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을.